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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대선후보들, 암 생존자만 100만 명 암환자에게 관심을...

대선후보들, 암 생존자만 100만 명 암환자에게 관심을...

제3회 '환자shouting카페' 개최... 문·안 후보 부인들 참석, 박 불참 통보

 

2012/11/16 오마이뉴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산 다미아노(San Damiano)'에서 제3회 '환자 사우팅(Shouting)카페'를 개최했다. 격월로 진행되는 '환자 사우팅 카페'는 환자들이 자신이 가진 억울함이나 불만, 가슴속 상처 등을 마음껏 외치고(shouting), 함께 위로하며(healing), 해결(solution)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보건의료 오프라인 소통공간이다.

이번 주제는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Listen to Patients>로 잡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초대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11월 6일 오후 7시 '산 다미아노(San Damiano)'에서 제3회 <환자Shouting카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Listen to Patients>를 개최했다.
ⓒ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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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암환자수가 2012년을 기점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500만 명 이상의 암환자와 이들의 가족들이 있다. 이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대선후보들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입소문이 빠르고 영향력도 큰 영역이 병원과 환자라는 사실과 생명, 건강과 관련된 의료영역만큼 표가 심하게 요동치는 곳도 없다는 사실을 대선후보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1일, 오후 5시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순서로 제3회 '환자Shouting카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Listen to Patients'에 대선후보를 초대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이때 한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대선후보 <환자shouting카페> 초대 공문을 문재인 캠프는 오픈된 '담쟁이카페'에서 담당자가 받았고, 안철수 캠프는 개방된 '사무실'에서 담당자가 받았다. 그런데 박근혜 캠프는 사전에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누리 당사 앞에 있는 '길거리'에서 신분 확인도 되지 않은 직원 한 명이 내려와 받아갔다.

나중에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초대 공문을 받지 않았다며 항의할 수 있어서, 초대 공문을 전달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인증샷으로 찍은 사진을 모두 삭제하라고 강하게 항의해서 결국 삭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행사 날짜가 촉박해 단체의 대표가 직접 초대 공문을 들고 캠프를 방문했는데 길거리에서 받는 것도 그렇고, 인증샷을 삭제하라고 항의하는 것도 그렇고 이날 받은 박근혜 후보 캠프의 느낌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였다.

11월 4일,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가장 먼저 참석의사를 알려왔다. 다만, 안철수 후보는 이미 일정이 잡혀 있어서 부인인 김미경씨가 참석하겠다고 했다. 11월 5일,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도 부인인 김정숙씨가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11월 5일 오후에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도 연락이 왔다. 박근혜 후보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고 담당자가 위로의 메시지를 메일로 보내왔다. 당황스러운 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못 오면 캠프의 비중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 관행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암, 희귀질환,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을 박근혜 후보의 핵심 의료정책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면서 암 및 희귀질환 환자들이 주로 참석하는 '환자shouting카페'에 위로메시지 대독자도 보내지 않은 것은 환자단체 입장에서 많이 섭섭했다.

11월 6일,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씨와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씨는 행사 20분 전인 오후 6시 40분경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먼저 인사를 하고 대화도 나누었다. 오후 7시 정각에 최현정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제3회 '환자Shouting카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 Listen to Patients'가 시작되었다.

먼저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 이인재 변호사로 구성된 'solution자문단'의 소개가 있었다. 이후 의전에 따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씨, 김용익 국회의원, 배재정 국회의원을 소개하고 그 후에 무소속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씨를 소개했다.

첫 번째 샤우팅은 잘못된 선택진료 관행과 고액의 간병비로 이중 고통을 겪고 있는 손영준(24) 엄마 우미향씨가 했고, 두 번째 샤우팅은 항암제가 빈크리스틴이 척수강내로 잘못 주사되어 사망한 정종현 엄마 김영희씨가 했다. 영준이 엄마와 종현이 엄마의 샤우팅이 끝난 후 최현정 아나운서는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8일까지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환자단체연합회가 진행한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추진하기를 희망하는 보건의료정책' 11가지의 순위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 환자가 원하는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 -

01. 병원비 폭탄 비보험 진료비를 없애야 합니다.(25.9%)
02. 고액 간병비와 간병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14.1%)
03. 병원 안전사고 방패막이 <환자안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12.8%)
04. 지방 중증환자가 서울에 가지 않아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11.6%)
05. 암생존자가 투병이전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8.7%)
06. 환자의 알권리를 확대해 병원/의사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7.4%)
07. 말기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확대해야 합니다.(5.1%)
08. 응급질환과 중증외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4.2%)
09. 환자가 병원서비스 평가와 의료정책 수립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3.7%)
10.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3.7%)
11. 우리 동네 좋은 의원을 만들어 지역사회 건강을 책임져야 합니다.(2.8%)

▲ 환자shouting카페 진행자 최현정 MBC 아나운서는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8일까지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환자단체연합회가 진행한 '환자가 원하는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 11가지의 순위를 발표했다.
ⓒ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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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선후보 부인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때 최현정 아나운서가 "원래는 의전에 따라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씨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 씨가 먼저 발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의전에 따라 했던 소개 시간과는 달리 발표는 '환자shouting카페' 참석의사를 먼저 밝힌 후보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환자단체연합회에서 11월 1일 동일한 날에 초대공문을 대선후보들의 캠프에 전달했는데 가장 먼저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참석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오늘 발표는 김미경씨부터 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다른 일정으로 위로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속이 후련했다. 환자를 존중히 여기는 후보에게는 그만큼 대접해 주는 것이 공평한 것 같았다. 저희 단체에서 웹툰 봉사를 하는 성용제 선생님이 아래와 같은 웹툰을 그려서 보내 주셨다. 이 웹툰은 대선후보들이 약사, 의사, 간호사에 비해 환자를 어느 정도 비중있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후보님들, 적게 모여 죄송합니다.
ⓒ 성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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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님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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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 때부터라도 대선후보들이 권력있고, 돈 있고, 조직력 있는 약사회, 의사협회, 간호협회 등의 의료공급자단체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단체도 의식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장애인, 여성, 노인, 청소년 등의 영역에 비해 환자는 대선후보의 관심에서 늘 소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암 생존자만 100만 명에 육박하고 노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젠 대선후보도 환자들을 생각할 시기가 온 것이다.

 

 

p.s: 오마이뉴스에 송고는 "대선후보님, 의심(醫心)뿐만 아니라 환심(患心)에도 관심을..." 제목으로 했는데 편집부에서 "대선후보들, 암 생존자만 100만 명 암환자에게 관심을..."로 수정했는데 좋은 것 같아요. 네이버, 다음에 검색이 안 되는 것이 조금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