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icle(칼럼)

의사 부족으로 피해보는 환자들

[기고] 의사 부족으로 피해보는 환자들

 

2012.09.12 내일신문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의대생 정원 확대를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가까운 시기에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2025년이 되면 5만명에서 28만명까지,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6900명에서 9만6000명까지 의사가 부족할 거라고 전망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3.1명이고 독일 3.6명, 프랑스 3.3명, 일본 2.2명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9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최근의 의사 수 증가율은 높다고 주장한다.

의사 수 증가율(1985년~2009년)은 216.7%로 OECD 평균 증가율 40.9%보다 5배 이상 높고,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 증가율이 40%로 인구증가율인 7.5%보다 5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2030년에는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환자단체연합회가 2011년 입원 환자 4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3.3%의 환자가 '담당의사가 회진 중 머무는 시간'이 '2분 이내'라고 답했고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에 대한 '만족한다'는 답변은 9.3%에 불과했다. 또한 '2시간 대기 3분 진료'는 외래진료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과 지방 소재 병원,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의 의사 수는 늘 부족하다. 반면 동네의원과 서울 소재 병원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 진료과의 의사 수는 넘쳐난다. 따라서 의사인력 정책은 단순히 의사 수를 절대적으로 늘이는 방법으로는 부족하고 의사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의사인력 부족 해소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의대생 입학정원 확대, 외국출신 의사 전입, 은퇴의사 활용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의대생 입학정원을 일정수준 높이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외국출신 의사를 수입하는 방안은 우리나라 정서상 단기간 내 도입되기는 힘들 것이다. 의사의 은퇴시기를 늦추거나 은퇴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의과대학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가는 곳이고 졸업하면 돈 잘 버는 인기 학부로 인식되고 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근무처를 정하는 기준도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이냐가 아니라 수익이 많고 근무조건이 좋느냐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의사는 아무리 많이 배출되어도 의사인력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병원 근무보다는 의원 개설에 더 관심이 있고, 지방 소재 병원은 기피하고, 인기 진료과만 선호할 것이다. 성적은 최상위보다 조금 못하더라도 돈보다는 환자 살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공공의료 확충에 소명감 있는 의사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첨단 의료기술, 신약보다 의사 인력확충이 더중요

최근 '공공장학의사제도'가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의대 입학정원 외 특례입학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입학한 의대생에게 국비로 학비 전액을 지원하되 농어촌지역, 도서산간벽지 등 의료취약지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제도'를 운영되고 있지만 병역의무 대신 3년만 의료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형태이다.

환자 입장에서 최첨단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충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에서의 환자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의 의사 수급 논의가 건설적인 대안 도출과 법률적,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