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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 최윤주 씨는 왜 1인시위에 나섰나?

대학병원 응급실 도착 9시간 만에 사망한 전예강 엄마의 이야기

 

 

환자리포트 윤명주 기자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슬픔과 분노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단순히 한 가지만이 행동의 배경은 아니겠지만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최윤주 씨로 하여금 여름날 뜨거운 거리로 나서게 한 데에는 분노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인 최 씨가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피를 흘려 응급실에 간 지 9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전예강. 예강이 유족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예강이 유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응급실 도착 9시간 만에 사망한 9살 예강이의 억울한 사연

 

동네에서도 건강하기로 소문난 예강이었다. 그런 아이가 지난 1월 23일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9시간 만에 사망했다. 3일 전부터 코피를 흘려 동네 병원을 찾았고 성장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최윤주 씨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상상하지 못했다. 새벽부터 코피를 흘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고 가족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 1년차 2명이 번갈아 5차례 요추천자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예강이는 요추천자를 받던 중 저혈량성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3학년 전예강은 3일 전부터 시작된 코피 때문에 동네 내과, 이비인후과, 종합병원을 거쳐 2014년 1월 23일 오전 9시 50분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오후 2시부터 레지던트 1년차 2명이 번갈아가며 40분 동안 요추천자를 5회나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 도중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 유족들은 응급실 의료진의 대처에 실수가 있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당시 예강이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4.1(정상치는 12)이었고 적혈구 용적 또한 정상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수혈이 가장 시급했지만 도착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수혈을 시작했다. 수혈 후 5분 뒤 마취 없이 요추천자를 실시했고 5번의 시도 모두 실패했다. 유족들은 의료진의 오판과 레지던트 1년차들의 미숙한 요추천자 시술로 인해 아이에게 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후 병원측의 ‘법대로 하라’식의 태도만 아니었다면 또는 담당 의료진의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만 있었다면 그냥 가슴에 묻을 일이었다. 하지만 예강이 유족들은 1인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신청 각하에 이어 민사소송에 이르기까지

 

엄마 윤주 씨는 당시만 해도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할 생각조차 못했다. 자식 잃은 죄인으로 그저 조용히 슬퍼하고 참아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어요. 근데 병원측에서 자신들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어떤 식으로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엄마인 내가 잘못 해서 애가 그렇게 된 거다, 내가 무능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라는 식으로 동생이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러다 제 동생까지 잃겠다 싶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고 뭔가 해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예강이가 왜 그렇게 가야만 했는지 그 원인이라도 알아야 겠다고요.”

 

예강의 큰 이모 최현주 씨 얘기다. 이에 예강이 유족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냈지만 피신청인인 병원 측의 조정절차 참여 부동의로 조정 신청이 각하되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8항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만 개시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법대로 하라던 병원 측은 조정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 유족은 예강이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의사 2명, 현직검사, 의료전문변호사, 소비자권익위원 5인으로 구성된 ‘의료사고감정단’이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각하되었다.

 

 

예강이 유족은 6월 19일, 법원에 민사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당시 예강이의 피검사 결과를 보고 급성백혈병을 의심해 골수검사를 했어야 했는데 뇌수막염을 의심해 요추천자를 실시한 것은 오진이다. 게다가 적혈구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레지던트 1년차들이 미숙한 요추천자 시술을 시도한 것도 문제라고 본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고 조정 신청도 각하되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며 "병원 측의 과실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허점 많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필요

 

소장을 제출한 6월 19일,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의료사고가 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6월 19일부터 의료사고가 발생한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서 부검도 안 했거든요. 하지만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위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유족측이 민사소송을 시작했지만 1심에만 걸리는 기간은 평균 26개월. 생때같은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는 그 시간을 가만히 감내할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 직장도 있고 돌봐야 할 큰 아이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저희 아이가 왜 그렇게 된 건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어요. 자신들 잘못이 아니라는 말만 강조했죠. 우선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싶어요. 사과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요.”

 

 

‘난예강이(http://iamyekang.tistory.com)’ 홈페이지 만들어 대국민 호소에 들어가

 

엄마 최윤주 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요구하는 바는 세 가지다. 해당 의료진의 진심어린 사과와 의료분쟁조정법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제27조 8항의 개정, 그리고 의료진의 미숙한 시술로 환자가 고통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유족들은 ‘난예강이(http://iamyekang.tistory.com)'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와 같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난예강이’ 홈페이지에는 관련 자료들과 서명운동을 위한 공간,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신청 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예강이 유족은 모든 기록을 공개하기로 결심, 진료기록을 비롯해 요추천자 시술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까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엄마인 윤주 씨도 차마 보지 못하는 CCTV 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뜻을 같이 하는 의료인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네이버에서 ‘난예강이’를 검색하면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 예강이 유족은 의료사고를 낸 병원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갈 예정이고 1인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난예강이’란 제목으로 만든 홈페이지에 올려 사회적 여론을 조성할 계획이다.

 

 

예강이 유족을 비롯해 환자단체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은 현재 오제세 의원이 대표 발의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다만 몇 가지 사유에 해당할 경우 피신청인의 이의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세상에 억울한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예강이를 그렇게 잃지 않았더라면 예강이 유족들이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그리고 그 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약자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는 한 번쯤 검토해 볼 문제다.

 

 

▶[영상]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병원 앞에서 1인시위 중에 잠깐 영상 인터뷰를 했다.

 

 

예강이 엄마는 “비록 예강이는 떠났지만 제2의 예강이가 나오지 않고 저희 가족들이 당했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병원과 국회, 정부, 의료계에 저희의 요구사항을 알리는 운동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라고 얘기했다.

 

Posted by 안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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