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icle(칼럼)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빠른 출시보다는 적정한 가격이 먼저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빠른 출시보다는

적정한 가격이 먼저

2008.03.14 내일신문

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순금24K 한돈이 128,370원이다. 그런데 백혈병 환자들이 먹는 글리벡 내성 치료제 스프라이셀은 하루 약값이 138,270원이다. 금보다 더 비싼 약, 그것이 바로 다국제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사(이하, BMS)의 스프라이셀이다.


우리는 97년 한국에서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서 골수이식을 통해 완치된 미공군사관생도 성덕바우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성덕바우만과 같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더 이상 골수이식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인 글리벡만 먹으면 환자 90% 이상이 5년 이상 장기생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리벡 내성이다.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글리벡도 전체 환자의 10% 정도는 내성이 생겨서 사망한다. 다행히 글리벡 내성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는 BMS의 차세대 항암제 ‘스프라이셀’이 작년 식약청 허가를 받았고 보험급여결정도 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약가제도인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에 의해 건강보험공단과 BMS는 2개월 동안 약가협상을 벌였지만 올해 1월14일 약가협상이 최종 결렬되었다.


BMS는 스프라이셀 1정당 69,135원의 높은 약가요구를 굽히지 않았고 건강보험공단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 재정 부담을 고려하여 약가인하 요구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3월 14일 보건복지가족부의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최종적인 약값을 결정할 예정이다.


BMS사의 약값 산정 논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스프라이셀이 글리벡보다 좋은 약이니까 글리벡보다 높은 가격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좋은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가고 더 많은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높은 약값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글리벡 약가는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수준이 월등이 높은 선진 7개국(미국·영국·프랑스·일본·이탈리아·스위스·독일)의 평균 약값을 기준으로 터무니없이 높이 책정되었고 다국적 제약회사가 신약 연구개발비보다는 2배 이상의 비용을 광고 판촉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스프라이셀 하루 약값이 14만원이다. 한달이면 415만원이고 일년이면 5천만원이다. 스프라이셀은 평생 먹어야 하는 항암제이다. 백혈병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0%이니까 환자는 죽을때까지 매달 41만5천원씩 내어야 한다. 요즘 개인택시 운전기사도 한달 200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 식당에서 아주머니들 한달 꼬박 일해도 120만원 받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 서민들의 현실이다. 가족중에 스프라이셀을 복용하는 환자가 있다면 그 가족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저축도 포기하고 평생 약값을 대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글리벡 내성으로 현재 스프라이셀을 복용하는 환자들이나 내성의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는 글리벡 복용 환자들조차도 한결같이 스프라이셀 출시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금액으로 약값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스프라이셀과 같은 글리벡 내성 신약으로 노바티스사의 타시그나가 이미 식약청 허가를 받았고 와이어스사의 보스티닙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 외 임상시험을 준비중인 신약들이 몇가지 더 된다.


특히, 스프라이셀은 폐에 물이 차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지만 타시그나나 보스티닙은 이러한 부작용도 없다. 다시 말하면, BMS의 스프라이셀 시장 출시가 늦어지더라도 당장에 피해보는 환자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BMS는 여러 수단을 통해서 스프라이셀 약값이 빨리 결정되지 않으면 당장 환자들이 위험에 처할 것처럼 홍보하였지만 최근 전국 15개 대학병원에 조사해 보았지만 그러한 환자는 없다고 하였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환자의 약값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면서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간의 약가협상을 통해 매년 1조원 이상씩 늘어가는 약제비를 줄이려고 도입된 약제비 적정화방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최선의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