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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노트)

의사와 연얘와 축구가 꿈이었던 훈석이의 편지

의사와 연얘와 축구가 꿈이었던 훈석이의 편지

 

 

올해 8월 1일부터 4대 중증질환 환자의 재난적 의료비를 비급여를 포함해 연간 2천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클릭해 보세요. http://vb6.kr/PFz

 

지난 10년 동안 환자운동을 하는 나의 그리고 우리 환자단체의 숙원사업이었다. 소아암 환자는 연간 3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성인은 1백만원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오늘 문득 5년 전 두 번째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받기 전에 우리 한국백혈병환우회로 편지를 보냈던 훈석이가 생각난다. 그의 편지를 급하게 찾아 여기 올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3년째 백혈병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22살의 제주도 청년 김훈석입니다.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주도에서 혼자 서울로 상경하여 재수학원에서 입시준비를 하던 2006년, 제게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나고 그저 막연히 무서운 병이라 생각했던 백혈병이 찾아왔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가 걸렸던 백혈병이라고 누군가 설명해 주었는데... 눈앞에 일어난 현실이 믿기지 않았고 그저 머릿속이 텅 비고 아득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정신없이 항암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일치하는 골수를 독일에서 찾아 작년에 골수이식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1억원이 넘는 골수이식 비용으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한번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골수이식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저를 보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골수이식 후에 1년 정도 요양하고 나서 저는 다시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백혈병은 불청객처럼 또다시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한번의 시련도 모자라 또다시 제게 이런 시련을 주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저는 3가지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의대를 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애를 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축구를 마음껏 하는 것입니다.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으로 앉아있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박지성 형이 축구하는 장면이 나오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응원하는 저의 모습을 같은 병실 환자들이나 간호사들은 신기하게 보지만 저는 축구가 너무 좋고 박지성 형이 너무 좋습니다.

 

백혈병으로 이제 의대를 가는 꿈도, 연애를 하는 꿈도 버려야 하겠지만 축구에 대한 꿈은 버릴 수 없습니다. 꼭 다시 살아서 박지성 형 축구경기 관람도 하고 싶고 매일 축구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저의 두 번째 골수이식 날짜가 7월 4일로 잡혔습니다. 이번에는 미국에 사는 유대인의 골수를 받게 됩니다. 두 번째 골수이식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서 골수이식 비용이 7천만원 이상 이고 미국골수를 가져오는 비용도 5천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를 살리겠다고 이번에도 1억 4천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너무 큰 불효를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백혈병 투병이 너무 힘들고 부모님께 너무 큰 경제적인 부담만 주는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때마다 제주도와 서울 병원을 오가며 간병해 주시는 어머니, 위암과 대장암으로 투병하시고도 아들인 저의 병원비 때문에 계속 일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니 더 열심히 투병해 다시 건강해지는 것이 부모님께 드리는 최고의 효도라 생각하기에 저는 오늘도 이를 악물고 백혈병을 이겨가고 있습니다.

 

꿈 많은 22살 청년이 두 번째 골수이식을 통해 건강해져서 다시 축구도 하고 효도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과 힘을 부탁 드립니다.

 

 

 

김훈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