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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노트)

인생은 배짱이다.

인생은 배짱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출근시간이 오전 10시라서 나는 주로 8시 33분 지하철을 탄다. 양주 덕정역에서 타면 여의도 근처 대방역 사무실까지 가는데 1시 30분이 걸린다. 이 시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앞에 서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거의 절반을 서서 출근한다.

 

허리디스크가 있는 나로서는 1시간 30분 서서 오면 거의 파김치가 된다. 이때 조금이라도 통증을 적게 느끼려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문자를 보낸다. 문자를 자주 많이 보내다 보니 나름대로 형식이 잡혀서 이제는 [안기종의 아침묵상]이라는 제목으로 문자를 보낸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동일한 내용으로 100여명에게 보내고 시간이 좀 있을 때는 동일한 내용 맨 앞에 <OOO님, 안기종입니다. 오랜만이죠?>라는 문구를 넣어 일일이 개인에게 보는다. 이렇게 문자를 보내면 절반 이상 답변이 온다.

 

지하철에서 서서 오는 고통이 나에게 또다른 소통의 공간을 선물했다. 지난 목요일 25일 아침에 보낸 문자 글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지하철에서의 짧은 낙서가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기종의 아침묵상]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 중 세네번째가 배짱일 것 같다. 기말고사 한번 망쳤다고, 대학에서 한과목 F 받았다고, 고시나 공무원 시험 몇 번 떨어졌다고, 사업이 부도났다고, 연인과 헤어지거나 심지어 이혼을 당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순서가 조금 바뀔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생을 슬퍼하기 보다 배짱있게 즐기는 것이 훨씬 낫다. 물론 육체적 쾌락을 즐기라는 것은 아니다. 그 인생이 사회에서는 실패한 인생이라도 불러도 또 조만만 실패한 인생이라고 평가했던 그 사람들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날이 곧 온다. 나는 조물주가 사람의 인생을 공평하게 설계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딸이 고1인데 나는 딸이 고등학교를 좀 즐겼으면 좋겠다. 공부 좀 못하면 재수하면 되고, 대학 조금 낮추어 가도 되고, 대학 진학 포기하고 취업해도 되고, 저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인생의 참 행복이 무엇인지 한번 깨닫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해 보고난 뒤 해도 전혀 안늦다.

 

나는 문과 체질인데 고등학교때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은 영남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했지만 결혼하고 다시 한양대 법학과 3학년에 학사편입을 했고, 사법고시를 8년 동안 준비하면서 수없이 1차와 2차 시험에 떨어졌는데 결국 지금은 9년차 환자운동 활동가가 되어 있다. 인생의 순서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나는 현재의 내가 너무 좋고 행복하다.

 

인생 뭐 있나? 배짱이다.

 

우리 사람은 실패하고 낙담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이건 인생의 오르막으로 오르는 순서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진짜다. 한번 믿어보라.

 

 

오래만에 화창한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13년 7월 25일

지하철 1호선에서 안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