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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대선후보의 의료공약③] 비싼 상급병실료로 고통받는 환자들

특급호텔료가 25만원인데, 병실료가 48만원?

[대선후보의 의료공약③] 비싼 상급병실료로 고통받는 환자들

 

오마이뉴스 2012.12.19 김연희(sksk0318)

"1만원 6인실과 18만원 2인실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어요. 차이라면 겨우 냉장고와 개인 TV가 있다는 것뿐이거든요. 호텔은 차라리 잠자리라도 편하지만 병원은 보호자 침대도 너무 불편해요. 왜 이렇게 상급병실료가 비싸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평택에 사는 양현정씨.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2010년과 최근에는 담도암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입원할 때마다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다인실로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대부분 상급병실에서 대기하다가 이동했다.

퇴원할 때마다 전체 치료비 중 상급병실료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난 적도 여러 번. 그래도 따져 물어볼 수 없었다. 환자에게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상급병실료, 치료비의 많은 비중 차지

 

대형종합병원(대학병원)들(자료사진)

ⓒ 공인혜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은 환자가 많아 입원시 거의 상급병실 사용에 동의하고 다인실(4인실, 6인실, 8인실 등)을 대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시기가 늦어지거나 아예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병원의 이런 횡포에 민원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상급병실료가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병실료 차액을 본인이 부담해야한다는 것.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실을 기준병실이라고 하는데(4인실, 6인실, 8인실 등 대부분 6인실이다) 예를 들어 1인실 병실료가 30만 원, 6인실 병실료가 3만 원이면 차액에 해당하는 27만 원은 환자 부담이다.

그나마 외과적 수술은 약 10일 전후로 입원하기 때문에 다인실로 이동하기 전 며칠만 상급병실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내과는 좀 다르다. 특히 암환자가 많은 종양내과는 입원기간이 길고 환자가 많아 다인실 이용 기간을 최대 10일(병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로 정해 놓고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상급병실로 가야 한다. 만약 15일을 입원하게 되며 상급병실에서 3일을 지내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다인실에서 10일, 다시 상급병실에서 2일을 지내고 퇴원하게 된다.

진료비 중 병실이용료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상급병실이 얼마나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지 김아무개 환자 사례를 보자. 2005년 3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입원한 이 환자의 총 비용은 약 543만 원. 그중 비급여 진료비가 245만 원이고 입원비가 208만 원이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병원비라고 할 수 있을까.

2012년 12월 현재를 지난 2005년 3월 상황과 비교해 보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병원도 여전히 '나몰라라' 하고 있다. 2012년 7월 기준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44개 중 다인실 병상을 70% 이상 확보하고 있는 곳(병원의 기준병실 확보 법정비율은 70%)은 16곳(36.4%) 밖에 없었다. 비율이 60% 이하인 곳도 16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를 규제할 강력한 행정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법적 제재가 없으니 병원이 지킬리 만무하다.

 


격리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상급병실료 적용

격리실 비용도 환자들의 부담을 갖게하는 입원비 항목이다. 격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상급병실료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면역이 억제된(떨어진)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환자로부터 격리한 경우 ▲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전염성 환자 ▲ 3도 이상으로 36% 범위 이상의 화상환자 ▲ 에이즈 환자 등에 대해서는 '격리실 입원료 산정기준'을 마련해 일반 상급병실 입원료가 아닌 격리실 입원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격리실 입원료는 건강보험 적용 폭이 큰 다인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들은 격리실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급병실을 격리실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격리실 환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담당의사가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급병실료를 격리실 입원료로 적용할 경우 병원 수입은 많이 줄게 된다. 법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병원이 병실문제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원인이다. 대형병원 관계자들이 "기준은 기준일 뿐 법이나 고시가 아니지 않느냐"며 배짱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비난 여론이 높아져도 병원의 무시 전략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에서 상급병실차액으로 인한 병원 수익은 연간 9723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병원이 수익원을 포기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병실료 상승, 그 어느 때보다 환자 부담 가중돼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그 어느 때보다 병실료 상승으로 인한 환자 부담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의 상급병실료는 호텔 객실료보다 높은 곳도 있다.
ⓒ 스마트컨슈머

2010년 서울아산병원의 병실료를 보면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는 6인실인 경우 하루 병실료가 대략 1만 원 선이고, 1인실은 약 32만 원, 2인실은 약 16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2년 뒤인 2012년 서울아산병원의 1인실 평균 비용은 35만 원~37만 원이다(1인실과 2인실 병실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면적의 차이).

보건복지위 양승조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한국소비자원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한 병실료 자료를 공개했다. 그 결과를 봐도 병실료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1인실 병실료가 1위인데 최고가는 1일 기준 48만 원, 동일한 기준으로 병실료 2위는 서울아산병원(42만 원), 3위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38만 원)이 나란히 차지했다. 서울 특1급 객실료 스탠더드가 약 25만 원 내외인 것과 비교해 봐도 너무 가격이 높다.

2인실 병실료는 서울아산병원(최고가 22만4000원)이 가장 비쌌다. 뒤를 이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21만 원), 신촌세브란스병원(20만5000원), 고려대 구로병원(19만8000원), 삼성서울병원(18만4000원), 고려대 안암병원(18만원) 순이었다.

한국환자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는 "일반 환자도 환자이지만 특히 중증환자들은 본인들 병 때문에 울고 비싼 병실료로 인해 또 한 번 운다"면서 "특히 난치병 환자가 병실료 때문에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방안이 꼭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상급병실 보험료 적용을 내년 하반기에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재정문제로 당장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누가 되든 간에 고통 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