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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간병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간병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2012.06.05 내일신문

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우리나라 병실은 야전군 숙소를 연상케 한다. 6인실 병실에는 6개의 환자용 침대뿐만 아니라 침대 아래 환자보호자용 간이침대 6개도 함께 있다. 간이침대는 길이가 짧아서 환자보호자가 누우면 다리가 침대 밖으로 나가서 숙면을 취할 수 없다. 6명의 환자뿐만 아니라 6명의 보호자도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숙식을 하며 간병으로 골병이 든다.


간병을 하는 환자보호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특히, 엄마나 아내가 많다. 자식이나 남편이 입원을 하게 되면 엄마와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고 간병을 시작한다.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친척들에게 맡겨지거나 방치된다.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간병인 사용을 고려해 보지만 정작 한달에 180만원이라는 간병비가 문제이다.


환자가족들의 이러한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5월 24일부터 아주대병원, 조선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삼육서울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청주의료원, 김천의료원, 울산중앙병원, 부산고려병원, 여수애양병원 총 10개 병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본사업의 예행연습 성격임을 고려할 때 환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우선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까지 간병료의 50%를 받는 것은 문제이다. 의료급여수급권자는 우리 사회의 최극빈층으로, 건강보험료 납부도 면제받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면 본인부담금도 면제받고 있으며, 심지어 기본생활조차 불가능해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아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 간병료로 한 달 기준 최소 435,000원에서 최대 828,000원을 내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다. 당연히 의료급여수급권자의 간병료는 면제되어야 한다.


사범사업에서 중증환자의 경우 4인실 기준 공동 간병료를 55,250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현재 개인 간병료는 24시간 기준 60,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천원만 더 주면 24시간 자기 만 간병해 주는 개인 간병인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구지 하루에 55,250원이나 내고 1명의 간병인이 환자 4명을 돌보는 공동간병인을 이용하겠는가? 중증환자들을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간병료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해 시급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 간병서비스 제도화 및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한 근거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 및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하겠다는 것만 분명히 했고 재원조달 방안으로서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을 종종 얘기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하되 법정비급여 영역으로 남겨두고 재원은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호자 없는 병원의 최악 시나리오이다. 국민들은 질병뿐만 아니라 간병을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에 또 가입해야 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고액의 간병비로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환자가족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간병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보호자 없는 병원’의  원래 취지는 사라지고 민간보험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환자와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 병원에서는 환자 간병을 병원의 기본 서비스로 제공한다. 환자 간병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질병과 간병 모두가 해결될 수 있도록 간병서비스 또한 반드시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