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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영화관에 때 아닌 살균처리...누굴 위해?

영화관에 때 아닌 살균처리...누굴 위해?

24일, 용산CGV 골드클래스에서 열린 백혈병 환우들을 위한 '클린시네마'

2011.09.26 전혜민
"영화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2년 만에 영화관에 와서 정말 좋네요."

이수연(가명, 32세)씨는 클린시네마에서 영화 <챔프>를 관람한 뒤, 감동의 여운으로 글썽이는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현대인들에게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만큼 쉽고 편한 여가생활이 있으랴마는, 이수연씨의 소감이 남다른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면역력이 약한 백혈병 환우이기 때문이다. 그간 백혈병 환우들은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 후 일정 기간까지는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 출입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따라서 백혈병 환우와 그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손잡고 영화관 가는 일은 꿈만 같았다.

용산CGV 골드클래스에 백혈병 환우들을 위한 클린시네마 열려

'팝콘 먹으며 영화 보기', '가족들과 나들이 가기'와 같은 소소하지만 실천하기 힘들었던 백혈병 환우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24일 용산 CGV 골드클래스에서는 조금 특별한 영화관이 마련되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가 두 번째로 개최한 '클린시네마' 가 바로 그것이다. 클린시네마는 30석 규모의 영화 상영관 실내를 항균화 시공해 백혈병 환우와 그 가족이 감염 걱정 없이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 클린시네마 단체 기념사진 영화관람 후 백혈병 환우와 그 가족들 그리고 백혈병환우회 관계자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전혜민

 


오전 11시, 상영관은 30여 명의 백혈병 환우와 그 가족들의 온기로 가득했다. 감염 위험 때문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가지 못했던 환우들은 모처럼 시끌벅적한 소리에 들뜬 모습이었다. 영화 <챔프>가 상영되자 모두 숨죽이며 영화를 관람했다. 이들은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애가 느껴지는 장면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족과 두 손을 꼭 잡고 영화를 관람하며, 함께 영화관 나들이 온 가족에 대한 소중함도 절감하는 모습이었다.

영화를 관람한 박진석(39세)씨는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하면서 모처럼 백혈병 환자로서의 내 모습을 잊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즐긴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백혈병 환우와 그의 가족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른 아침부터 세균 등의 감염원 제거에 철저를 기한 감염관리전문가들 덕분이었다. 이들은 소파와 시트 구석구석, 계단 사이사이까지 수차례 항균화 시공 작업을 했고 제균기도 추가로 설치하며 클린시네마를 완성했다.

▲ 극장 내부 살균 및 항균화 작업 영화 상영 전에 영화관 내의 세균 등을 살균, 제거하는 항균화 작업이 시행되었다.
ⓒ 전혜민


헌혈자의 기부권으로 후원된 자리라 의미가 깊어

무엇보다 이번 클린시네마는 헌혈자들의 아름다운 기부권으로 만들어져서 의미가 크다. 한마음혈액원 헌혈카페 헌혈자들은 헌혈 후 받는 기념품이나 영화표 대신, 백혈병 환우들의 영화나들이를 위해 기부권을 선택해 후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헌혈뿐만 아니라 기부권으로도 백혈병 환우에 대한 나눔 사랑을 실천했다.

클린시네마 기부권 후원에 동참한 배상민(22)씨는 "클린시네마라는 취지에 감동해 두 달 전 단체헌혈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클린시네마의 취지가 널리 확산돼 백혈병 환우를 비롯해 영화 보는 데 불편함이 있으신 많은 분들이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헌혈과 기부권으로 백혈병 환우들을 적극 후원해 준 헌혈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백혈병 환우들과 그 가족들이 감염예방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클린시네마'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성공리에 마친 두 번째 클린시네마는 백혈병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감염관리로 한 번,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또 한 번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프로그램이었다.

▲ 헌혈자 기부권 이번 ‘클린시네마’는 한마음혈액원 헌혈카페 헌혈자의 기부권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 전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