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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보건복지부는 경증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값 인상을 왜 고집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경증환자 대형병원 외래 약값 인상을 왜 고집하는 것일까?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환자들이 집에서 가깝고 대기시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한 동네 의원을 놓아두고 왜 대형병원에 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대형병원 경증환자 쏠림현상을 해결하는 열쇠이다. 먼저 확인해 보자. 대형병원의 치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상급종합병원(대부분 대학병원)의 외래 환자 본인부담률은 진찰료가 100%이고, 진료비는 60%이고, 약제비는 30%이다. 여기에 법정비급여인 선택진료비(특진료)를 20~100%까지 추가로 내어야 한다. 지금도 환자에게 대형병원 치료비는 충분히 부담스럽다.

 

여기에 약제비만 30%에서 40~50%로 올리면 약값부담 때문에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동네의원으로 발길을 돌릴까? 아니다. 그럼, 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일까? 그것은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이 대형병원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동네의원에서 치료가 잘 안되니까 대형병원에 가는 것이고, 암 환자와 같이 급성기 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의료사고 날까봐 치료를 꺼리니까 대학병원을 가는 것이다. 대형병원 경증환자 쏠림현상 해법은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백약이 무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8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외래 약제비를 현행 30%에서 상급병원은 40%로, 상급종합병원은 50%로 각각 10%, 20%씩 인상했다. 환자, 의료공급자, 보건의료전문가 모두 대형병원 경증환자 쏠림현상 해소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외래 약제비 인상을 보건복지부는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보건복지부 입장에서 가장 단기간에 건강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경증환자의 외래 약값을 현재보다 10~20% 인상해도 동네 의원의 의료서비스 질적 개선이 없는 한 환자들은 여전히 대형병원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가 외래 약값을 10~20% 더 내니까 건강보험 재정은 그만큼 절약된다. 또한 천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형 민간보험 환자들은 외래 약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형병원을 찾을 것이고 반대급부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그만큼 절약된다.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 경증환자 외래 약값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년간 수천억원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약값 인상을 통해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보건복지부의 CT, MRI, PET 가격인하 및 의약품조제료, 복약지도료 인하 조치에 대한 의료계, 약사계의 반대 여론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의료기기의 감가상각비를 감안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단층촬영(PET)의 검사비 수가를 각각 15%, 30%, 16% 인하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5월 중 시행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중심으로 집단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달 말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약국조제료 수가 개선안이 상정될 것이다. 약국조제료, 복약지도료 등의 수가가 인하되면 이번에는 대한약사회도 집단적으로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약사계의 집단적 반발에 대해 환자들도 대형병원 경증환자의 외래 약값을 10~20%씩 인상하는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데 병원, 약국만 경제적 이익을 계속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면 의료계와 약사계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이라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대형병원 경증환자 외래 약제비 인상뿐만 아니라 병원의 CT, MRI, PET 영상장비 검사료도 인하했고 조만간 약국의 의약품 조제료, 복약지도료까지 인하할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약사계의 불만에 대해 환자들의 외래 약제비 고통분담을 핑계로 의료공급자를 압박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약사계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성어가 일석삼조(一石三鳥)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