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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입원 물품비, 왜 환자가 내야 합니까?

입원 물품비, 왜 환자가 내야 합니까?

글. 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2002년 9월 중순 아내는 병원 무균실에 입원했다. 10개월간의 항암치료를 마치고 백혈병 완치를 위한 마지막 치료인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무균실에 들어갔고 나는 간호사에게 일회용 모자, 소독포, 휴지, 치과용칫솔, 전자체온계, 일회용 걸레 등 20여가지 물품을 담은 꾸러미를 건넸다.

 

입원 일주일 전부터 나와 장모님은 아내의 병원 무균실 생활을 위한 준비물품을 구입하러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물품을 사주기 위해 의료기기전문점, 백화점, 대형마트, 시장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병원 준비물품은 종류도 많지만 양도 엄청나서 모두 구입하는데 몇 일이 걸렸다. 비용도 20만원 상당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무균실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니 입원시 꼭 준비해 오라고 당부했었다.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라면 병원에서 준비해야지, 환자가 왜 직접 준비해야 합니까?”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혹시 병원에 밉보였다가 입원이라도 미뤄지면 낭패니까 그냥 참았었다.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보통 입원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물품들을 한 짐 싸가지고 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칫솔, 치약, 면 팬티, 면양말 등 생활을 위한 물품이야 입원하지 않아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지만 치료 과정에 필요한 물품까지도 환자가 사가지고 병원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환자가 내는 진료비 항목에는 ‘입원료’가 있다. 이 입원료는 그 내용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의학관리료’, ‘병원관리료’, 그리고 ‘간호관리료’이다. 이 셋은 각각 전체 비용 중 45%, 35%, 25%를 차지한다. 여기서 ‘병원관리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입원료에는 이미 병원관리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관리료’를 별도로 환자에게 청구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무균실 비용(입원료)에는 무균실에서의 소모품 비용까지 다 산정되어 있다. 즉, ‘무균실 청정도 유지를 위한 소모품’은 이미 입원료 중에서 ‘병원관리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에게 추가로 청구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무균실 청정도 유지를 위한 소모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회용 모자, 휴지(킴와이프스), 일회용 걸레, 아이오다인 케이스, 일회용 마스크, 소독포(Y-wrap)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병원에서 이러한 ‘무균실 청정도 유지를 위한 소모품’까지 환자로 하여금 구입하게 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무균실 청정도 유지를 위한 소모품’ 구입비용에 해당하는 병원관리료를 받고 또 환자에게서 이중으로 비용을 받는 것으로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무균실 청정도 유지를 위한 소모품’ 비용이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한 의료수가와 실제 소요되는 비용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의료수가를 현실화시키는 것으로 해결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병원이 환자 입원시 별도로 준비토록 하는 물품 중에는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특정 주사제를 맞을 때마다 약국이나 의료기기판매점에서 주사 바늘을 사오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이 또한 주사제 비용에 주사바늘 비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별도로 사오도록 하면 현행법상 위법이다.

 

그러나 의료수가에 반영된 주사바늘 비용이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주사바늘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면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품질이 좋은 주사바늘을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런 경우 의료수가에서 주사바늘 비용을 현실화시켜서 환자가 주사바늘을 별도로 구입하는 불편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또한, 1회용 수술포, 성인용 팬티 및 기저귀, 핫팩, 일회용 비닐장갑, 일회용 모자, 일회용 마스크, 소독포 등의 구입비용이 현행 의료수가에서 책정한 병원관리료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이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어쨋던 환자가 비싼 병원비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꼭 필요한 물품 비용까지 별도 구입하는 의료현실은 신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표1] 병원 무균실 생활을 위한 준비물품

번호

품명

규격

필요수량

1

일회용 모자

box(100매)

20매

2

휴지(킴와이프스)

통(100매)

5통

3

일회용 걸레(크루우)

팩(50매)

4팩

4

아이오다인 케이스

box(100개)

50개

5

소독포(Y-wrap) 50x50cm

30장

6

소독포(Y-wrap) 75x75cm

15장

7

비닐봉지(크린백)

큰 것

1box

8

치과용칫솔

부드러운 모

3개

9

치약

 

1개

10

세수비누

무자극성

1개

11

비누곽

 

1개

12

전자체온계

 

1개

13

면팬티(넓은 것)

삶아서

10장

14

수건(큰 것, 작은 것)

삶아서

각각 10장

15

면양말(필요시 준비)

삶아서

10켤레

16

로션

무자극성

1개

17

손톱깍이

 

1개

18

사기그릇

전자렌지가능, 중간크기

2개

19

보리차(티백용)

box

1box

20

종이컵

묶음(20개)

4묶음

21

물통(열에 강한 것)

열에 강한 것, 1L

2개

22

패드

여성, 필요시 준비

2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