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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에 3개월 시한부 선고... 나에겐 딸이 있습니다

폐암 4기 투병 10년째 박소연씨... 한 달 약값만 1000만 원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처음 여기 병원에 왔을 때가 20살이었고, 지금은 29살이니까 그 정도면 살 만큼 살았어. 이제 병원 오지 않아도 되니까 3개월 남짓 남은 인생 잘 마무리해. 알겠지?"

 

 

지난 2013년 4월, 박소연(29)씨는 담당교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2005년, 21살에 어학연수 비용을 모으기 위해 취직했던 회사에서 건강진단서를 요구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치료를 받으면 2년, 그렇지 않으면 6개월이라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소연씨는 10년째 기적처럼 살아있다.

 

소연씨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소연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암세포만 공격해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좋은 표적치료제 '이레사' '알림타' '타세바'의 혜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적항암제들도 1~2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약을 계속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작년 4월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항암제마저 내성이 생겨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담당 교수로부터 3개월 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들은 날 제 인생에서 제일 많이 운 것 같아요. 사실 딸이 없었으면 그 정도로 울진 않았을 겁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질 민하가 너무 가엾고 낳기만 하고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엄마라서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했어요."

 

 

네 살 난 딸 민하는 싱글맘 소연씨의 존재 이유

 

   

[사진] 폐암 4기 투병 9년째인 박소연 씨와 그녀의 존재이유인 딸 민하 그리고 모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친정엄마 김득순씨, 이렇게 3명의 여자들이 한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왼쪽: 친정엄마 김득순, 중앙: 딸 박민하, 오른쪽: 박소연)

 

 

소연씨는 싱글맘이다. 2001년 항암치료를 받던 중 생리가 끊겼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임신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배도 많이 불러오지 않아서 그 자신도 아기 낳기 3주 전이 되어서야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임신 증상이 그저 항암치료 부작용으로만 알았던 탓이다. 산달이 다 되어서도 티가 나지 않아서 더욱 그랬다. 항암치료 도중 쇼크가 와서 쓰러지지 않았다면 출산 순간까지 모를 뻔했다. 유산을 고려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소연 씨는 아이가 태어나면 입양기관이나 보육원에 맡길 계획이었다. 산통 끝에 낳은 딸이었지만 정이 들까봐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기 얼굴을 본 순간 소연 씨는 자신이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족들도 아기를 키우겠다는 소연 씨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제 딸 민하는 네 살이 되었다. 지금은 딸 민하가 소연 씨의 존재이유가 되었다.

 

 

살 수 있는 신약은 있는데... 한 달 약값이 1000만 원

 

  

[사진] 폐암치료제 ‘잴코리’를 만나고 가쁜 호흡도 가라앉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기침과 가래 등 증상이 완화되었지만 약 한 알에 167,500원 하는 약값 때문에 현재 소연 씨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출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지난 2013년 5월, 유전자 검사에서 폐암치료 신약인 '잴코리'를 쓸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복용 3~4일 만에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어 이제는 아이와 잠깐이나마 놀아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문제는 약값이다. 하루에 두 알 복용할 경우, 한 달에 약값만 1000만 원 가량 든다.

 

"아이 이름으로 받은 후원금도 다 약값으로 써버렸어요. 약 한 알에 16만 7500원입니다. 당장 이번 달 약값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딸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싱글맘에 기초생활수급자인 소연씨는 복지단체로부터 후원금도 받아보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금도 해보았지만 약값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벅차다. 당장 10월부터 약값이 없어 외래진료 받으러 갈 일이 걱정이다. 그래도 소연씨는 B형간염 보균자라 약을 하루에 한 알만 먹어야 한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영상] 소연 씨의 버킷리스트에는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로 빼곡하다.(출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민하 엄마 소연씨의 버킷 리스트를 후원해 주세요

 

약값 걱정에 한숨이 끊이지 않지만 몸 상태가 호전되면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소망이 하나 둘 생겨났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소망이지만 소연씨같은 폐암 4기 환자에게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다.

 

"저희 딸이 저를 변화시키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어 한심한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딸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치료받고 평범하게나마 살고 싶어요."

 

소연씨의 버킷 리스트는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로 빼곡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딸에게 해 주고 싶은 일을 적절히 배합해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해서 예전에 친구들이랑 뮤직 페스티벌 같은 데 가곤 했어요. 거기서 가족들끼리 텐트 치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무심코 넘겼던 그 장면이 요즘에는 마음에 많이 남아요."

 

처음에는 폐암과 함께 또 하나의 '시련'이라고만 생각했던 딸의 존재였다. 지금 민하는 소연씨에게 '희망' 그 자체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엄마가 될지 생각해보고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을지 그려보며 삶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가 결혼해 가정을 꾸릴 날을 상상하며 아빠 없는 민하가 혹여 쓸쓸할까 걱정이 된다. 결혼식장에서 손잡고 같이 행진하고 싶다는 희망도 품고 있다.

 

 

민하 엄마 소연씨의 버킷리스트

 

 

① 폐암치료제 약값 걱정 안 하기 : "이번 달 13일, 외래진료가 있다. 진료를 가면 약을 처방 받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약 값 걱정 안 하고 살 수 없나.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

 

② 딸이랑 같이 비행기 타고 여행가기 : "민하랑 같이 여행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 보지 못한 민하는 비행기를 타면 더 좋아할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민하와 같이 올레길을 걸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올레길 걷기에 민하가 아직 너무 어린 거 아닌지 모르겠다."

 

③ 민하랑 같이 공연 보러 가기 : "몸 상태가 괜찮을 때 친구와 함께 뮤직 페스티벌에 간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와서 텐트를 치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때 그 모습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나도 나중에 가족이랑 오면 좋겠다'고 했다. 뮤직 페스티벌이 아니라 가수든 밴드든 공연에 가서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하는 경험을 나누고 싶다."

 

④ 민하에게 자전거 가르쳐 주기 : "네 살인 민하는 아직 세발자전거도 잘 못 탄다. 엄마인 내가 잘 놀아주지 못해서 그런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당장 세발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조금 더 크면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함께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⑤ 민하와 함께 수영하기 : "운동은 잘 못하지만 아프고 나니 꼭 해보고 싶은 운동이 많아졌다. 수영도 그중 하나다."

 

⑥ 민하 생일파티 해주기 : "음식이랑 케이크 만들어서 민하 친구들도 초대하고... 나름대로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고 싶다."

 

⑦ 민하와 젓가락 행진곡 연주하기 :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 민하가 피아노를 빨리 배워서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해 보고 싶다."

 

⑧ 민하와 해돋이 보러 가기 : "민하가 조금 더 자라면 진짜 친구처럼 여행 가서 해돋이를 보며 앞으로의 일도 계획해 보고 꿈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⑨ 민하와 봉사활동 하기 : "다른 사람들한테 받은 도움이 워낙 많다. 몸이 허락한다면 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서 아이에게 나누는 기쁨도 알려주고 싶다."

 

⑩ 민하 결혼식장에서 손잡고 행진하기 : "아빠가 없는 민하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내가 엄마 역할도, 아빠 역할도 해 주고 싶다. 식장에 아빠 손잡고 들어가는 것. 엄마인 내가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오면 신부보다 엄마인 내가 더 많이 울게 될 것 같다."

 

폐암치료제 '잴코리' 건강보험 급여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소연씨가 딸 민하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 10가지 버킷 리스트가 이루어지도록 '민하엄마 소연씨의 버킷리스트' 홈페이지(http://xalkori.tistory.com)를 만들었다. 그리고 10월 2일부터 본격적인 약값 모금운동에도 나섰다.

 

소연씨와 그녀의 딸 민하가 10가지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동안 폐암치료제 '잴코리'의 건강보험 적용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안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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