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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서울특별시에 환자고충지원센터를 제안합니다.

서울특별시에 환자고충지원센터를 제안합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환자 입장에서 의료민원은 크게 “고충토로형 민원”과 “공익목적형 민원” 이렇게 두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고충토로형 민원”은 화가 나고 속이 터지니까 자기 사연을 들어달라거나 현재 민‧형사소송 중인데 자기가 불리하니까 도와달라는 민원이다. 의료민원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고충토로형 민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적절하게 리액션 하면서 잘 들어주거나 소비자보호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과 같은 피해구제기관을 친절하게 안내만 해주어도 쉽게 해결된다.

 

‘공익목적형 민원’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보건의료인이나 보건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려 달라거나 자신이나 가족과 같은 불행한 의료사고나 권리침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을 제정하거나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다.

 

의료민원을 듣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결론부터 말하지 않는다. 보통 서론만 1~2시간이다. 본론은 10분도 채 안 된다. 중간에 말을 끊으면 절대 안 된다. 버럭 화를 내기 때문이다. 잠자코 들어주어야 한다. 2시간 설명을 했는데도 자신이 기대했던 답변을 듣지 못하면 한바탕 욕을 퍼붓고는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보건소나 의료 관련 관공서 공무원들이 환자의 의료민원 설명 듣는 것을 꺼리는 이유도 10분이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2시간 동안 설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처분이 필요한 중요한 민원사건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보건소나 의료 관련 관공서 공무원들이 환자들의 고충토로를 듣는데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심각한 행정력 낭비이다. 행여나 잘 들어주지 않으면 환자들의 호된 항의나 비난까지 받게 된다. 관공서나 보건소의 숙원사업이 ‘고충토로형 민원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서울특별시는 의료민원 해결을 위해 다산콜센터(☏120)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콜센터 상담원은 간단히 민원 내용을 청취한 후 제도 설명이나 관련 기관 및 부서 담당자로 연결해 주는 역할 정도만 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 관련 경험이 부족한 상담원이 민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기관부서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인들의 불만이나 불편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특별시가 의료현장에서 보건의료 관련 고충과 민원 상담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환자단체와의 협력모델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가 작년에 신설한 ‘환자권리옴부즈만’ 부설로 ‘환자고충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이 어떨까 한다.

 

즉 의료민원 중에서 “고충토로형 민원”은 환자단체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진지하게 들어주거나 피해구제기관을 안내해 주는 것으로 해결하고, 서울특별시는 행정처분이나 제도개선이 필요한 “공익목적형 민원”의 해결에 집중하는 협력모델이다. 이를 통해 보건소나 관공서가 “고충토로형 민원” 해결을 위해 과도하게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다.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이 보건의료 관련 각종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의 12대 핵심공약이나 60개 주요공약 그리고 정몽준 후보의 ‘33한 서울’나 ‘88한 경제’ 공약 어디에도 “환자고충지원센터”와 같은 환자 의료민원 해결 지원을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박원순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환자안심병원 병상 및 공공노인요양원 확대, 중증외상센터 추가 설치로 인한 도시재난 응급의료체계 구축, 어린이 대상의 주치의제 도 시행 그리고 정몽준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외국인 대상의 의료상담 지원 콜센터 설치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인구 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고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17개가 세워져 운영되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규모를 고려할 때 환자의 의료민원 해결에 대한 서울특별시의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제는 서울특별시가 환자단체의 오랜 숙원사업인 “환자고충지원센터” 설치에 응답할 때가 되었다. 이번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들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