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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데일리팜] 위험분담 적용범위 확대·평가 대폭완화 요구 봇물

위험분담 적용범위 확대·평가 대폭완화 요구 봇물
접근성-재정절감 해석 '제각각'...등재절차 일원화는 비관적

 

 

2013.09.26 데일리팜 김정주 기자

 

 

정부는 최근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일환으로 희귀질환 약제나 항암제 등 고가 신약에 적용될 위험분담계약제(리스크쉐어링, RSA)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약계는 과연 이것이 '솔로몬의 지혜'가 될만한 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제약협회에서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4차 데일리팜 제약산업 미래포럼(좌장 한오석 미래보건정책연구소장)에서는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RSA을 어떻게 안착시킬 지에 대한 각계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RSA는 정부가 고가 약제에 한해 급여화 문턱에서 '쪽문'을 열어 환자에는 접근성을, 제약사에는 활로를 열어주거나 또는 표시가격을 보전해주는 보완대책이다.

그러나 재정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볼 때 만만한 기전은 아니다.

제약계는 일부 비싼 약제에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이고 사용량-약가연동제(PVA)와 별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중 약가규제로 작용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환자단체는 중증질환 수준에서 일부나마 보장성이 확대돼 고무돼 있지만 제도 특성상 급여중지 사태를 우려해 정부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부, 급여중지 감안해 적용대상 범위 타이트하게

▲ 복지부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RSA 도입으로 환자 접근성과 제약사 급여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RSA는 약제 특성을 고려치 않는 선별등재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설계된 기전이다.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 등 경제성평가 기준에 못미치는 고가약를 급여화시켜주되, 추후 있을 위험에 대해서는 정부(보험자)와 해당 제약사가 함께 나누는 원리다.

정부는 계약이 끝나면 환자 치료 접근성을 고려해 기준미달 된 약제라도 당장 급여중지시키기 어려운 부담을 추가로 안고 있다. 적용대상 범위를 좁게 잡은 근본 이유다.

복지부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일단 (급여화 돼) 투약을 시작하면 다시 비급여로 전환시키기가 쉬운 게 아니다"라며 "환자 입장에서 난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신중하게 품목을 선정해야 한다. 타이트하게 갈 것"라고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업계와 환자, 의사 등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국립암센터 김호진 박사는 약제가 있으면서도 환자 접근성이 떨어져 투약이 힘든 현장의 사례들을 언급했다.

김호진 박사는 "환자가 희귀병에 걸려 사회활동을 못하고, 약이 있어도 기존 치료보다 수천만원을 호가해 모든 것을 다 잃어야 하는 상황일 때 그 비용효과를 어떻게 따져야 할 지 의문"이라며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중요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 보건환경연구소 권해영 연구원은 RSA 적용대상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는 측면에서 그만큼 적용 폭을 넓히자는 의미다.

제약계도 같은 목소리다. 한국다케다제약 이원철 전무는 정부가 설계한 '진료상 필수약제' 판단기준을 일부 완화시켜 비용효과성 자료를 면제하는 등 문턱을 낮춰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적용범위를 확장시켰다가, 자칫 고가약들의 급여화 창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일부 우려의 시각도 존재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권혜영 연구원은 "RSA는 제약과 보험자가 '윈윈'하기 위한 기전이지, 고가약을 급여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며 일부 초고가약제 등으로 국한시켜 선별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호영 과장은 "급여화시켰다가 추후 급여중지 사태가 벌어지면 환자들의 접근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남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 문제가 있다면 대체약으로 환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차선책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접근성-재정 안정화 '양날의 칼'…환자, 핵심세력 부상 전망

결국 적용대상 범위 확대에 대한 시각 차는 환자 접근성과 재정 안정화 중 우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부가 우선 대상으로 제시한 RSA의 4가지 유형 중 '조건부 지속치료+환급'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재정기반 유형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방향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러나 RSA 도입의 근본 취지가 환자 치료 접근성 강화라는 점에서 환자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환자 또는 환자집단이 핵심세력으로 부상할 것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맹호영 과장도 "RSA가 적용되면 여유 재정분으로 예외적인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된다. 환자단체는 핵심세력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 여러 주장과 요구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통상의 급여등재 절차와 주변상황을 미뤄 볼 때 환자단체는 핵심세력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 25일 열린 데일리팜 14차 미래포럼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RSA와 약가개편 정책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제도 안착방안을 모색했다.


"RSA 종료돼도 신약은 신약"…혁신 가치반영 목소리

고가 오리지널 약제를 취급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은 신속한 급여등재와 해외에서 국내 가격을 참조하는 경향을 감안해 RSA 도입을 주장해왔다.

문제는 RSA와 사용량-약가연동제(PVA)가 각기 다른 기전으로 활용되고, 때에 따라서는 향후 페이백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 의중이 오히려 이중삼중으로 약가를 떨어뜨리는 기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다.

토론자로 나선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PVA와 급여기준 확대에 따른 인하, RSA 등 추가인하 여지가 너무 많다. 신약의 기준가가 낮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얼마나 버틸 지 모르겠다"며 역작용을 우려했다.

조건부급여와 PVA, 시범사업 이후 리펀드 기전 모두 RSA 안에서 통합운영해 제약계 추가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RSA 계약이 종료되고 곧바로 PVA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이 반영된 목소리다.

이원철 전무도 "ICER 임계값을 1인당 GDP의 2~3배 수준으로 완화시키고 QALY 대신 생애주기를 고려한 비용효과성을 인정하는 등 합리적인 적용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제약계 목소리를 감안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등재기간 단축과 ICER 상향조정, 협상 참고가격 우선순위 변경 등을 등재절차에 녹일 방침이다.

맹호영 과장은 "혁신가치는 당연히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공부 많이 했으니 점수 많이 주고, 과외 많이 했으니 좋은 대학 보내달라'는 식은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비열등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며 "그러나 재정 상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기준 안에서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협상 창구 일원화 요구도…결렬 시 책임소재 명확화

RSA 영역만이라도 급여등재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선별등재제도 도입 이후 심평원-공단 간 이원화된 절차는 불필요한 등재지연과 급여화 문턱을 높이고 있는데, 초고가 약제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 재고돼야 한다는 논리다.

데일리팜 최은택 의약행정팀장은 건정심 특별소위원회로 가칭 '약가결정위원회'를 두고 양 기관이 실무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RSA 방식과 가격 등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 토론을 경청하는 제약계 관계자들의 표정 속에 RSA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뭍어났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은 그 반대다. 평가와 협상을 각기 다른 기관에서 맡는 것은 보험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맹호영 과장은 "협상 단계가 단순해지면 보험자의 협상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혜영 연구원은 더 나아가 "단순히 가격중심으로 경직된 현재의 협상을 탈피해 보험자가 다양한 협상기법으로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결렬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와 보험자가 RSA 기회를 부여한 만큼 협상 결렬의 책임은 제약사가 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맹호영 과장은 " 지나친 고집으로 결렬되는 문제는 당연히 책임을 가려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프로세스에 대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끌고 갈 지 고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