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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공단병원 확충…"보장성 확대 교두보" VS "명분 부족"

공단병원 확충…"보장성 확대 교두보" VS "명분 부족"
국회토론회서 시민단체와 의료계·정부 의견 '분분'

청년의사  2013.04.24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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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의료 인프라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지역 간 의료격차와 최근 5년간 40%이상의 보험료 인상에도 60%초반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보장률 등 상황에서 취약한 국내 공공의료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대방안 모색 토론회'가 민주통합당 이학영, 이목희 의원 등 주최로 23일 열렸다.

 

토론에 참가한 패널 가운데 시민단체 대표들은 공공의료의 확충을 위한 건보공단 직영병원 확대가 "보장성 강화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에 의료계는 "명분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토론회 참석 거부로 이날 병원계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보건당국도 "공공의료 확충이 공단병원 확충으로 이어지는 주장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진영 "공공병원 확충은 보장성 확대의 교두보"=
토론에 앞서 복지소사이어티 이상구 위원장은 공공의료가 과도한 의료비용 증가에 대한 견제자로서 기능하고 소비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험자 병원 확대 방안으로 ▲지역별 병상 총량 규제 제도를 통한 신규병원 시설 억제와 연동 ▲기존 민간병원 M&A ▲보험자병원 요양기관 종별 다양화 및 연계 운영 효율화 등을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의료계와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같은 보험자병원 확대 주장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우선 시민단체 진영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보험자 병원 확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보험자 직영병원 확대가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나 실장은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를 들며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면서 "진주의료원이 폐업된다면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으로 인수해서라도 공공병원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 모델병원으로서 적정의료서비스, 적정수익모델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수익성을 잣대로 공공병원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이를 더 확충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국장은 공공병원 확충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국장은 "지난해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시 수가인상을 위해 이미 합의한 내용도 무시하고 건정심 퇴장과 수술 거부 등 집단행동을 불사했다. 민간의료기관이 95%에 이르는 의료의 공급현실에서 정부가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유인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국내 현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의료계 의견을 관철하고자 집단행동을 야기하기 때문에 공공의료 확충이 정부 정책의 도입과 추진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말이다.

 

또 남 국장은 "객관적인 수가를 도출해 공적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자병원 확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기관 확대를 통해 병원운영과 경영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건보공단이 확보할 수 있어 수가협상에서 가입자 중심으로 수가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의료 확충 이전에 공중보건의, 기피과목 전문의 등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선행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국장은 "인력확충 방안도 의료계의 반발로 논의되다 좌초됐는데 시설을 확충하자는 제안은 환상적일 수 잇지만 이상적인 안"이라면서 "그럼에도 공공의료 시설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상임대표는 공공의료 확충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별도의 공공의료원 운영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대표는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면서 얻은 교훈은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공의료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면서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공공의료원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공단 일산병원 주변에 명지대병원과 동국대병원이 있는데도 그정도 환자 수요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과연 건보공단 이사장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별도의 운영주체로서 건보공단이 나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 명분이 없다", 정부 "공공의료 확충=공단병원 확충?"=
시민단체와 달리 의료계는 공공병원 확충 논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주최 측이 대한병원협회에 토론 패널로 참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당일 불참으로 협회 측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의료계 대표 패널로는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가 유일했다. 지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건보공단의 직영병원 추가 설립에 대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공공병원 설립 명분 중 하나인 비급여 항목의 시범사업과 적정 수가 책정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 교수는 "무엇을 시범사업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CT, MRI 등 비급여 항목 급여화 시 시범사업이 있었냐"며 "또 특정 병원에 국한한 시범사업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또 공공병원 국민 수요가 저조한 상황과 또 투입 재원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지영건 교수는 "저렴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에 국민이 몰려 민간병원을 압도하고 있냐"고 반문하며 "공공병원에 대한 환자 선택이 늘어나 자연히 국민적 요구가 늘어나면 그에 따라 확대에 대한 명분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 교수는 건보공단이 폐업 위기의 민간병원을 인수할 시 경영 정상화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다. 경영적 측면에서 소유주가 분명한 민간과 소유주가 없는 공공에서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공공의료 유인을 위해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거나 민간병원 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 재원으로 소요되는 국민의 혈세와 보험료에 대한 사회편익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정부 측에서는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고민은 시기적으로 필요하지만 보험자 병원의 확충으로 이어지는 논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험정책과장은 "주제발표를 들어보면 공공의료의 확충이 보험자병원의 추가 설립으로 결론 나는데 이는 논리가 빈약하다"면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 과장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건보공단이 직영병원 확대 설립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 과장은 "공단 일산병원을 통해 얻는 이점은 시범사업 시 각종 정책자료를 신속하게 제공받는 부분과 민간요양기관의 자료 제출 시 신뢰도나 내용 정확도의 체크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라고 규정하면서 "공급자와 가입자, 보험자의 역할이 각각 있는데 공급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서 (보험자가) 다 하겠다고 나서면 안 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김완섭 사회정책과장은 부실한 민간병원을 공공병원이 흡수 설립하는 형태의 제안에 대해서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과장은 "인수합병이라는 단어가 공공의료라는 것에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다"면서 "또 민간병원을 흡수해서 공공병원을 설립하면 그 병원으로 인해 주변 경쟁이 심화될 것인데 어려워져서 또 폐업하는 병원이 생기면 인수를 반복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민 보험료를 부실한 병원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은 가입자들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