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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배보다 큰 배꼽 대형병원 웃돈 '선택진료비'

배보다 큰 배꼽 대형병원 웃돈 '선택진료비'

전국 86개 대형병원 조단위 수입원..일단 심평원 통해 정보공개키로

 

머니투데이 2013.04.07 이지현 기자

 

#다발성 경화증으로 투병 중인 40세 남성 이민우씨(가명). 8개월 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그는 서울의 모 대학병원과 동네 재활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장애등급 3급을 받은 그는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항목의 경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씨측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병원에 낸 의료비가 1200만원이 넘는다. 이씨의 의료비를 책임지고 있는 누나에 따르면 이중 선택진료비가 3분의2이고 나머지는 상급병실료다. 간병인에게 지급한 비용은 또 별도다. 선택진료비는 환자가 특정 의사에게 진료받을 경우 지불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간병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건보 혜택을 못받는 3대 비급여다.

이씨 누나는 "상태가 심하지 않았을 때는 치료비가 크지 않아 많이 부담이 되지 않았다"며 "치료비가 커지면서 선택 진료비 부담을 특히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이 되냐 안되냐에 따라 금액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검사, 처치 등을 받을 때도 신경이 쓰인다"며 "검사할 때 보험인지 비보험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기도 어렵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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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급 의료기관 11.2% 선택진료제= 선택진료는 1963년 공무원 신분으로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월급을 챙겨주기 위해 특진제도 형태로 도입됐다.

이후 규정이 민간병원까지 확대되면서 환자가 병원의 특정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원할 경우 지불하는 일종의 프리미엄 비용으로 굳어졌다.

병원에서 전체 의사의 80% 이내의 선택진료 의사를 정하면 해당 의사에게 진료 받은 환자는 20~100%의 가산금을 내는 형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 3264곳 중 11.2%인 367곳이 선택진료 의사를 두고 있다.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 44곳의 경우 100%가 선택진료 의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선택진료비를 매기는 기준과 단가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비용규모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3곳 대형 병원을 확인한 결과 특진의사에게 진료를 받을때 진찰료의 55% 이내, 입원료의 20% 이내, 검사료의 50% 이내에서 따로 따로 특진료를 내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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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암, 심장 및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자가 낸 비급여 비용 중 25.7%가 선택진료비다. 비급여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 환자가 20.8%인 것과 비교할 때 부담이 큰 편이다.


◇심평원 통해 선택진료비 공개키로= 선택진료비 등 중질환자의 3대 비급여의 급여 포함여부는 18대 대선때 논란이 됐으나 결국 정책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차선책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 항목에 선택 진료비를 추가하는 것으로 메스를 대기로 했다. 환자들이 내야할 선택진료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서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현재 3대 비급여 중 심평원 공개 항목에 포함된 것은 상급병실료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서 치료를 받을 때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명확히 알게 하기 위해 공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적 한계가 있는 만큼 당위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공개할지, 병원 자료 확보는 어떻게 할지, 세부 분류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진료 항목의 경우 병원에 자료를 제출해야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제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각종 비급여 가격 정보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료법을 개정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진료비, 없앨 수 있을까=환자 단체 등에서는 선택진료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21일 환자 단체 연합회는 선택진료OUT 10만명 문자청원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입장에서는 폐지문제가 간단치 않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제도가 폐지될 경우 특정 의사에게 환자들이 너나없이 몰릴 것"이라며 "상급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 환자까지 대형병원에 몰리면 중질환자에 대한 진료공백이 생길 우려도 있다.

병원의 주 수입원이 사라진다는 문제도 있다. 500병상 이상 전국 86개 대형 병원이 2009년 벌어들인 선택진료비 수익은 9960억원이다. 2015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강보험은 공단이 병원에 지불하는 수가를 낮게 유지하는 대신 병원들이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항목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따라서 선택진료비를 없애거나 줄일 경우 돈을 못 버는 병원을 위해 정부가 수가를 현실화해야하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건강보험료 인상압력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선택 진료비 폐지 이전에 병원별 비용 공개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대 비급여를 없앤다는 것은 의료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라며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