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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우리 가족에게 국민건강보험은 생명줄이다

우리 가족에게 국민건강보험은 생명줄이다

2010.09.13

안기종(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나의 아내는 2001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라는 항암제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 항암치료와 골수이식 비용으로 우리 가족은 병원에 4천만원을 지불했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병원에 6천만원을 지급했다. 아내가 매일 복용하고 있는 글리벡 약값은 한달에 280만원이다. 이 중에 매달 우리 가족은 14만원을 지불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66만원을 부담한다. 글리벡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이다. 약값이 년간 3,300만원이고 만약 30년만 복용한다고 해도 10억원이 넘는다.


나는 암 중에서 가장 완치율이 높고 치료비용이 저렴하다는 갑상선암 진단을 2008년에 받았다. 조직검사 등을 받고 난 뒤 4박5일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로 병원에 180만원을 지불했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병원에 300만원을 지급했다. 지금은 6개월에 한번씩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하고 있다. 평생 ‘씬지로이드’라는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매년 초음파검사와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받는다. 호르몬제 가격은 년간 2만원에 불과하지만 초음파검사는 보험이 안되는 비급여이고 양전자 단층촬영(PET)은 보험이 안되면 100만원이 넘는다.


우리 가족에게 국민건강보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줄’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민건강보험이 없다면 우리 가족은 당장에 아내의 글리벡 약값과 저의 초음파검사, 양전자 단층촬영(PET) 비용으로 년간 4천만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아내의 백혈병과 저의 갑상선암이 재발하면 우리 가족의 형편으로는 더 이상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암환자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일단 병에 한번이라도 걸린 환자는 민간의료보험에서 환영하지 않는다. 민간의료보험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열려 있다. 부모가 모두 암환자라고 하면 자녀들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도 쉽지 않을 것이다.


비단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가족 중에서 암, 뇌졸중 등 중증환자가 1명이라도 있는 가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병원비 폭탄을 대비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눈을 돌려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입거절뿐이다. 당연히 이들이 마지막 기댈 곳은 국민건강보험뿐이다. 환자이기 때문에 가입을 거절하는 민간의료보험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우리 환자들 입장에서는 병원비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2009년 기준 62%)이 낮아서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만 믿고 있다가는 큰코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가운데 팽배해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요구 속에서 출범했다. 내용면에서는 국민이 스스로 내는 보험료를 지렛대로 보험료, 기업, 국가 몫을 지금보다 34%(보험료금액은 평균 1만 1천원)씩 올리자는 것이고, 방식면에선 기존 사회단체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풀뿌리 시민운동을 선택했다. 100만명의 시민을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동참케 하고 이들의 힘과 의지로 건강보험 재정 지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병에 걸려 입원한다 해도 병원비의 90% 이상을 국민건강보험이 해결해 주고, 어떤 병에 걸려도 전체 병원비가 연간 100만원을 절대 넘지 않고 어르신들의 틀니도, 간병도 걱정 없는 대한민국 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