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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서울신문] 300여명 고관절 수술환자 위험한데… 식약처·美제조사·병원 “나 몰라라”

300여명 고관절 수술환자 위험한데… 식약처·美제조사·병원 “나 몰라라”

크롬 등 발암물질 검출된 ‘드퓨이 ASR 인공고관절’

 

 

2013.07.15 서울신문 김민석 기자(shiho@seoul.co.kr)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드퓨이의 ‘ASR 인공 고관절’ 제품으로 시술받은 수백명의 국내 환자들이 여전히 이 제품의 리콜 사실을 모르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조 업체, 시술 병원 19곳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수술받은 수만명의 환자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제조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법 미흡과 책임 떠넘기기로 리콜해야 할 제품을 끼고 살아가는 환자가 300여명(1인당 최대 3개 시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은 환자만이 뒤늦게 리콜 사실을 확인하는 실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한국인을 위해 만든 리콜 안내문(http://asrrecall.depuy.com/southkorea)을 한글이 아닌 영어로 소개하고 있다. 부작용 등 구체적인 증상을 명시했지만 전문용어 등이 영어로 적혀 있어 일반 환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존슨앤드존슨 측은 수술 환자 모두에게 리콜과 보상 계획을 직접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시술된 920개 제품 중 회수 개수에 대해서도 공개를 거부했다. 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14일 “환자의 의료 정보를 얻는 것이 의료법에 어긋나 수술받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병원 측에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당 제품으로 수술한 국내 병원 19곳 중 상당수가 환자에게 ‘리콜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A 병원은 인공고관절 수술 환자 중 어떤 환자가 해당 제품으로 수술받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인 부산 B 병원도 리콜된 제품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나 수사기관의 명령이 아니라면 해당 제품으로 수술받은 환자를 파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리콜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등기우편이 아닌 일반우편이어서 환자의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식약처는 부작용을 겪지 않은 환자에까지 리콜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리콜 제품 920개가 환자에게 이식됐다 해도 부작용이 없는 경우가 다수일 것이고, 부작용이 발생한 사람 중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고 관리가 필요한 환자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존슨앤드존슨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복지부·의료기기 관리업체 등에는 2010년과 2012년에 해당 제품으로 수술받은 환자를 정기적으로 검진하라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법이 미흡해 리콜된 의료기기를 사용한 환자에게 관련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지 등이 규정에 빠져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는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아도 병원이 연락을 취해 리콜을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