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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내일신문] 의료인 폭행협박 방지, 소통이 해법

의료인 폭행협박 방지, 소통이 해법

 

 

2013.08.08 내일신문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진료중인 의료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 12월 3일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와 유사한 개정안이 지난 제18대 국회 때도 두 번이나 발의되었으나 시민사회단체·환자단체의 강한 반대로 폐기되었다.

지난 7월 고양시 일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시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조선족 환자가 흉기로 의사를 찌른 사건이 발생한 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다시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법' 제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은 의료현장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고 해당 환자에 대해서는 살인미수죄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은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웠다면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 여러 법률이 의료인 대상의 폭행협박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법'은 "한사람이 본인 혼자서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고 딱 한번 진료중인 의료인에게 상처가 나지 않도록 단순한 폭행(때릴려는 제스처 등도 폭행임), 협박(심한 욕설 등도 협박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받는다(비반의사불벌죄). 한마디로 중형이다.

시민사회단체·환자단체가 '의료인 폭행협박 가중처벌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다. 첫째 형법상의 폭행협박죄로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응급의료에관한법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공무집행방해죄 등에 이미 가중처벌하는 다수의 법률이 존재한다. 셋째 반의사불법죄도 아니고 형량도 과도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 타 법률과 형평에도 맞지 않다. 넷째 국민정서상 '의사특권법'으로 인식된다.

진료실에서 의사의 불친절로 인해 의사와 환자가 언성을 높이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웠다고 상상해보자. 개정안에 의하면 이때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데 환자는 이보다 형량이 3년이나 높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더구나 의사와 환자가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해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지만(반의사불법죄) 환자는 반드시 처발받는다(비반의사불벌죄).

개정안이 비판받는 것도 이 대목이다. 국민과 환자의 눈에는 '의사특권법'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술에 만취했거나 조직폭력배 등 폭력적 성향의 환자나 보호자들이다. 이들에게는 가중처벌하는 여러 법률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얻어 경찰관을 상주시키거나 청원경찰이나 보완요원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주어야

진료실에서 의료인 폭행협박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형성이다. 이것을 흔히 '라뽀'(Rapport)라고 한다. 환자가 자신이 존경하는 의사를 폭행하거나 협박할리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의사가 환자의 입장이 되어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면 된다.

또한 의사가 환자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주어야 한다. 상당수의 의사가 환자의 첫 번째 얘기를 평균 18초 이상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 뒤의 말은 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정없이 잘라버린다. 이때 환자는 '욱'하게 된다. 환자와 의사간에 진료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