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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임의비급여 없애야 무상의료 가능

[기고] 임의비급여 없애야 무상의료 가능

 

2012.3.19 내일신문

2012-03-19 오후 2:02:37 게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4·11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복지'가 될 것이다. 지자체 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큰 재미를 본 야당은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의 무상시리즈로 유권자들을 유혹할 것이고 여당 또한 이것을 더 이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외면만 할 수 없게 됐다.

이 중에서 특히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OECD 가입국인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중병에 걸리면 집 팔고 전세 빼고 직장 잃어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로 추락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암 등 중증질환에 걸리면 환자는 의료비의 5%만 내는 제도를 2005년부터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비급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이 60%대인 우리나라에서는 비급여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비급여를 없애지 않는 한 무상의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의료 현장에는 이와 별개로 '임의비급여'라는 것이 존재한다. 법령에 규정된 요양급여 및 법정비급여를 제외한 일체의 비급여를 말하는데 국민건강보험법 제22조 3항과 의료급여법 제11조의 4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비급여로 받거나,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나 허가범위를 벗어난 의약품을 환자 동의를 받고 진료하고 임의로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 징수'를 관행적으로 해왔다.

"사후승인제도로 해결하면 된다"

이러한 임의비급여가 사회적 큰 이슈가 된 것은 2006년 12월 여의도성모병원의 백혈병 환자와 유족 200여명이 고액의 치료비 불법청구를 이유로 성모병원을 상대로 집단 민원을 내자 보건복지부가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다.

현지조사 결과 성모병원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부당징수를 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28억3000만원의 환수처분 및 14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성모병원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16일 공개변론을 개최했고 곧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 성모병원은 "일정수준 이상의 의학적 근거 있는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약제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사전승인제도와 식약청 허가범위를 벗어나 항암제 이외 일반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사후승인제도로 해결하면 된다"고 반론을 폈다.

국내와 같은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들도 환자의 동의를 받고 임의로 그 비용을 환자에게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약제 등에는 정부의 엄격한 관리 하에서 예외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비용도 환자가 아닌 건강보험재정, 국고, 제약사 등이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요양급여는 75%, 비급여는 190% 수익률

국내도 이와 유사하게 현행법으로 임의비급여를 금지하고 있고, 정부가 예외적 사용을 위한 제도와 절차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제도운영상 문제점은 개선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구태여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임의비급여 허용을 요구할 필요까지 있을까?

병원 수익률 차원에서 요양급여는 75%에 불과하지만 비급여는 190%에 이른다. 당연히 병원은 비급여 치료를 개발하고 확대하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급여의 확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막고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주범이 된다.

오히려 임의비급여를 급여로 포함시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