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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가능한가

(하) 성공의 조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2013-01-27 홍석근 기자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8일자 신문 23면에 게재되었습니다.>

 

건보료 만으론 23조 충당못해 술·담배 소비세 인상 병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의료공약인 암.뇌혈관.심혈관.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100% 국가 보장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일부 연구기관 등은 4대 중증질환을 정부가 100% 부담할 경우 소요재정을 추정하며 어렵다는 주장이지만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실현성이 있는 공약이라며 맞서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부담을 단순히 소요예산 추계 등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기에 앞서 국민의 복지를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부의 재정 우려와 달리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비급여 항목의 단계적 급여화가 이뤄지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건보료체계 개편·소비세 인상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올해 3조9000억원, 2014년 4조5000억원, 2016년 7조7000억원 등 4년간 21조8000억원이 든다고 예측했다. 한 해 평균 5조4500억원이 소요되고 이를 건강보험료로 메우려면 15%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단계적 소득보험료 소폭 인상, 소비세 인상만으로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의 보장성 확대가 가능하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등으로 나눠진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로 단일화하고 건강보험료를 2013년 5.5%에서 2017년 6.11%까지 매년 소폭 조정하면 5년간 약 8조8000억원의 재정이 확보된다.

여기에 담배와 술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0.51% 인상하면 연간 2조9000억원의 추가 재정 확보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5년간 총 23조3000억원이 확보돼 현재 62.7%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에는 78.5%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소비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8%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면세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사회적 합의하에 소비세를 증세해도 소득분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만으로 2조~3조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공약사항을 수정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비 등 단계적 급여화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은 4대 중증질환 환자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절대 조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단계적인 급여화를 전제로 했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배제한 4대 중증질환의 100% 보장성 확대는 의미가 없다는 것.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은 산정특례로 본인 부담이 5~10% 수준에 불과해 이들의 진료비 부담은 전적으로 비급여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안기종 대표는 "암환자의 병원비 영수증을 보면 선택진료비가 3분의 1, 상급병실료가 3분의 1, 본인부담금이 3분의 1"이라면서 비급여의 급여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 대표는 "상급병실료의 경우 현재 법정으로 70%인 4인실 이상 다인병실 비율을 높이고 위반 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택진료비의 경우 항암제, 필수검사항목 등의 단계적 급여화와 의료질에 따른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비급여 행위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환자 부담 수준에 맞춰 급여를 차등화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환자 형평성 문제 기우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환자 형평성 논리도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4대 중증질환 환자는 이미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본인 부담이 5~10%에 불과한데 이를 두고 형평성을 논하는 환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4대 중증질환에 이어 타 중증질환과 극빈환자에 대한 보장성을 추가로 확대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안기종 대표는 "우선 4대 중증질환 환자는 분명 의료비 고액 환자가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고 추후 생계형 환자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한다면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덕 사무국장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로 비급여 부분이 단계적으로 급여화되면 일반 환자의 보장성 확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