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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칼럼] 약국의 가루약 조제거부, 이렇게 해결하면 어떨까?


 

 

 

 

 

 

 

 

 

 

 

 

 

 

 

 

 

약국의 가루약 조제거부, 이렇게 해결하면 어떨까?

데일리팜 2013.01.11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 있어도 의사가 아니면 절대 진료하면 안 되고, 약사가 아니면 절대 조제하면 안 된다.

의료법과 약사법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와 약사에게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주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그 중에 첫 번째 의무가 의사는 진료를, 약사는 조제를 거부하면 안된다는 것이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듣고 보았던 표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나 조제를 거부하는 약사에 대한 국민적 정서는 단순한 불신을 넘어 자격을 박탈해 영원히 의사나 약사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분노로까지 이어진다.


시간 많이 걸려 가루약 조제 거부하는 일부 문전약국들

선천성심장병으로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자녀를 둔 안상호씨가 작년 12월 말경 서울아산병원 앞 문전약국들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민원 제기와 함께 제도적 개선을 요청했다. 민원 접수 후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 중에서 일부 약국들이 가루약 조제를 관행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문전약국들이 가루약 제조를 거부하는 이유는 '약이 없다' '기계가 고장났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핵심은 이윤이다. 대형병원 앞 수십 개의 문전약국은 늘 환자들로 가득하다. 가루약 조제로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환자들이 다른 약국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가루약 조제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문전약국 들어서는 순간 죄인되는 가루약 조제 환자들

서울아산병원 환자나 보호자가 약을 조제하기 위해 문전약국에 가려면 약 1Km 거리를 10~20분 동안 걸어야 한다.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 돌도 안 된 아이를 안고 가루약 조제를 해주는 약국을 찾아 이 약국 저 약국을 돌아다니는 아기 엄마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그나마 조제를 해주는 약국에서도 처방전 보면서 약사들끼리 서로 한숨 쉬어 가면서 얼굴 우락부락 싫은 표정 다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환자나 보호자의 심정은 어떨까?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그래도 약을 복용하려면 참아야 한다. 다량의 가루약을 조제해야 하는 환자는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에 들어서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느껴진다.

소아나 중증환자의 경우 알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문전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면 또다시 동네약국에 가야하고 여기서도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면 환자나 보호자가 집에서 알약을 직접 갈아야 한다. 이건 문제이다.


환자가 원하는 약사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약 전문가

병의 치료를 위해 그것도 환자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약은 전문가인 약사에 의해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조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쉽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조제는 괜찮고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조제는 꺼리거나 거부하는 약사는 약사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재작년 말부터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른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논쟁도 실상은 심야, 주말의 일반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때문이 아니라 약사의 불성실한 복약지도에 대한 국민의 반발 때문에 발생했다.

만일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약국이 있으면 환자들은 해당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보건소 신고가 부담스러우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신고콜센터(1899-2636)로 전화해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지난 9일 8개 환자단체의 "우리 환자단체들은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들의 가루약 조제거부 관행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성명 발표와 함께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가루약 조제거부 사례는 더 이상 접수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약국현장 실태조사를 나가더라도 적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더라도 해당 자치구 보건소를 통한 현지 확인 및 계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사가 가루약 제형 출시하는 근원적 해결 필요

가루약 조제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기시간 지연으로 환자 불만이 가중된다는 약사들의 변명이 약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조제거부 사유로는 설득력이 없지만 약국 현장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약사에게는 가루약 조제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유혹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루약 조제시 비위생적 조제 위험, 약 효능의 변경, 대체조제의 위험, 분진으로 인한 약사의 호흡기질환 위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루약 조제가 예상되는 소아나 중중환자 복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알약이나 캡슐 이외 가루약 제형도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개선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보건소를 통한 감시나 가루약 조제료 인상 등과 같은 미봉책이 아닌 근원적 해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