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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 누구 말이 맞을까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 누구 말이 맞을까

'선별적 의료복지'와 '보편적 의료복지'의 차이 보여준 2차 TV토론

 

 

오마이뉴스 2012.12.12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2차 대선후보 TV토론.

ⓒ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을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박근혜, 문재인 대선후보 어느 누구도 뒤지지 않았다. 다만 해법과 시기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10일 열린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복지분야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간 날 선 공방이 오고 갔기 때문이다. 우선 TV토론회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박근혜 후보는 "가계파탄의 주범인 암, 심장병(심혈관질환), 중풍 (뇌혈관질환), 희귀병(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100%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며 먼저 자신의 의료복지 공약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문 후보가 '연간 본인부담액 100만 원 상한제'와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려면 건강보험료를 2배 올려야 하는데 서민들에게 보험료 폭탄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재원 마련의 국민부담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에 질세라 문재인 후보는 "심장질환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간질환은 그렇지 않다. 그런 구분이 합리적인가? 다른 중증질환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응수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범위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문 후보는 이어서 "매년 500만 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하는 환자수가 350만 명 정도가 되고, 1000만 원 이상 부담하는 환자수가 100만 명 정도 된다. 그런데 박 후보가 말하는 4대 중증질환에 해당하는 환자는 15% 밖에 안 되고 나머지 85%는 의료비 경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며 박 후보의 선별적 복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다만 문재인 후보는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하기 위한 재원 5조 80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고 묻는 박 후보의 질문에 "입원환자 건강보험 보장률을 90%까지 올리려면 8조 5천억원이 소요되는데 이것은 건강보험료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게 되어 있는 것을 제대로 지키고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계획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지난 11월 21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TV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재원은 매년 미지급되고 있는 국고보조금을 완납 받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해 고소득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도록 하고, 그렇게 해도 부족한 재원은 국민 한가구당 5천 원씩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것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듯한 느낌이다.

물론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계획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건강보험료 일부 인상도 포함된다. 하지만 박 후보가 쳐놓은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는 문 후보의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TV토론회 내용을 요약하면 박근혜 후보는 재정상황을 고려해 고액의 중병 환자들을 우선 선별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공수표 안 날리고 실현가능한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 후보는 국민의 의료비 걱정 해결에 목숨을 건 기세다. 외래환자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로 유지하지만 입원환자의 경우 90%로 올리기 위해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연간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3대 비급여 해결책 제시 못한 박근혜...정면승부 피한 문재인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의료복지 공약을 한번 검토해 보자.

우선 박 후보가 암, 심장병(심혈관질환), 중풍(뇌혈관질환), 희귀병(희귀난치성질환) 등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기 위해 4대 중증질환을 100%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의료비 폭탄의 실제 주범인 3대 비급여 진료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해법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정부는 2006년 9월부터 고액 중증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5년간 한시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중증질환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증질환으로 등록하면 2012년 현재 건강보험 적용되는 진료비 중에서 암은 5%,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은 각각 10%만 부담하면 되는 산정특례를 받는다. 나머지 비용은 모두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다.

문제는 이러한 '중증질환등록제도'가 비급여 진료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후보의 공약대로 4대 중증질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0%로 만들고 국가가 100% 전액 책임진다고 해도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의 의료복지 공약이 국민과 환자의 지지를 받으려면 의료상 필수적인 비급여 뿐만 아니라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해결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지적처럼 '연간 환자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와 선택진료비, 간병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고, 현행 20%인 국고보조금 비율을 일부 높이거나 사후정산제로 변경해 제대로 받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핵심은 건강보험료의 인상이다.

문재인 후보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박근혜 후보와 정면승부를 피하는 느낌이다. 물론 선거기간에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건강보험료 인상을 얘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를 조금만 인상하면 '정말로' 중병에 걸려도 병원비 걱정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확신과 신뢰를 줄 수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정면승부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의료비 문제 해법에 있어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선별적 의료복지'이고 문 후보는 '보편적 의료복지'이다. 이제 국민과 환자가 선택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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