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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노환규 당선자, Listen to Patients

노환규 당선자, Listen to Patients

 

2012.03.27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제37대 회장으로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가 58.7%의 지지를 받아 선출되었다. 91%의 높은 투표율과 노환규 대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의료환경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현장 의사들의 민의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환자단체에서 일하는 나로서도 노환규 대표의 의협 회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 우려의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노환규 대표는 아이러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노환규 대표는 의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극단주의자다. 경만호 회장을 비롯한 현 의협 집행부 뿐 만 아니라 직능을 넘어 약사, 한의사 등에 대한 그의 공격은 도가 넘을 뿐만 아니라 박원순 아들 MRI 판독 오류 등 현안 대응에 대해서 정치적 액션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면의 노환규 대표는 환자와 파트너쉽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소통주의자이고 어떤 이슈와 정책에 있어서 환자와 토론으로 해결하려는 대화론자이다. 정부, 국회, 약사, 한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도 그에게 걸리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공격하는 과격한 사람이지만 유독 환자에게 그는 관대하다.

 

이것이 내가 그를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번 제37대 의협 선거에서 대다수의 의사들은 ‘의료계의 불독’으로 비유될 수 있는 노환규 대표를 그들의 수장으로 뽑았다, 왜일까?

 

경만호 회장의 얼굴에 달걀을 던지고 액젓을 뿌린 시정잡배 의료인이라 비난하면서도 수십 곳의 카운터 약국과 초음파 사용 한의원을 고발해 버리고, 의사에게 불리한 정부정책은 단식으로 목숨 걸고 막아서는 그의 행동에서 어떤 대리 만족이나 기대감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2005년부터 환자단체에서 일했다. 지난 8년 동안 의협 회장이 세 번 바뀌었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간의 공통 현안에 대해 의협 회장이 환자와 대화나 토론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환자와 의사간 소통의 기회는 없었다.

 

환자와 의사는 서로 이해관계가 100% 일치하는 평생의 파트너이다. 환자는 더 좋은 치료를 받길 원하고, 의사는 더 좋은 치료를 하길 원한다. 그렇다면 더 좋은 진료환경을 위해 환자와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고민하면 해결 안 될 문제는 거의 없다.

 

물론 환자와 병원의 이해관계는 대립할 수 있다. 진료 영역을 넘어 영리, 인권 차원에서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민원,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때 환자가 원하는 의사의 역할은 무조건 병원 편만 드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료적 양심과 전문성으로 돕는 것이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군대보다 더 엄격하다는 우리나라 의료풍토에서 과연 의사가 소속 병원 눈치 보지 않고 환자를 위해 행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체 투표자의 58.7%라는 경이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노환규 신임 의협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내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환규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가 의사 기득권 보장만을 위한 것이라면 의사들만 지지하는 그들만의 리더에 불과할 것이다.

 

환자가 병원 또는 의사와 대립했을 때도 의사는 의학적 전문성과 양심에 따라 환자의 선의의 대리인(Good Agent) 역할을 해야 한다. 환자단체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그 중심에 의협과 노환규 대표가 서 있기를 희망한다.

 

또 한가지 의협과 노환규 대표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의사가 원하는 의료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환자에게 들어라. 지금까지 의협은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 그러니 의사의 가장 큰 아군이 되어야 할 환자가 적군이 되었던 것이다. 환자와 의사의 라포(rapport)'도 의사가 환자의 얘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게 의사가 들을 준비가 되어야 환자도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의료환경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Listen to patients, Speak for changes" 명심 또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