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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문재인·안철수 단 둘이 만난 날, 부인들은…

문재인·안철수 단 둘이 만난 날, 부인들은…

[기고] 환자 샤우팅 카페 참석…"의료비 부담 줄이고 의료사고 막을 것"

 2012.11.08 오현지(한국환자단체연합회 객원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위해 만나던 6일, 두 후보의 부인들도 '보건의료분야 대선공약'을 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문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 씨와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의대 교수는 이날 환자단체연합회의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환자 샤우팅 카페'에 두 후보들을 대신해 참석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축전을 보내 참석을 갈음했지만, 축전을 대독할 사람을 보내지는 않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 샤우팅 카페'에는 고액의 치료비와 간병비로 고통받는 환자와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증언에 나섰다. 이러한 행사에 대선후보가 간접적으로 참가한 이유는 정치권이 고액의 병원비와 의료사고로 절망에 빠진 서민들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왼쪽)와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오른쪽)가 고액의 치료비와 간병비,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환자가족의 샤우팅을 경청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선택진료비 받고 레지던트 1년차 보내 환자 혼수상태 만든 병원"

첫 사례로는 손영준(당시 19세) 씨의 어머니 우미향 씨가 나서 "수술실에 레지던트 1년차를 들여보내 마취 사고를 내고도 선택진료비를 챙긴" 병원을 고발했다.

우 씨는 "선택진료비를 내서 경험 있는 교수가 마취를 하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경험없는 레지던트 1년차가 마취를 했다"며 "건장한 아들이 마취가 잘못돼 반혼수상태에 빠져 갓 100일아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 있는 "선택진료 의사가 왜 안 나왔냐고 병원에 따졌더니 교수가 되려 '어느 교수가 일요일에 나와서 수술하느냐'고 호통을 쳤다"면서 "게다가 병원은 정부 의료기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아들을 1인실로 옮겨놓고 1년 병실료 8000여만 원을 지불하라고 민사소송까지 걸었다"고 호소했다.

안철수 측 "환자 안전과 알권리 보장, 고가치료 건강보험에 포함해야"

▲ 김미경 교수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우 씨의 사연을 들은 김미경 교수는 "살려달라고 들어간 병원에서 반식물인간이 됐는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비싼 비용만 지불해야 한다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재발을 막고 환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인적 오류를 막을 체크리스트를 도입하고 피해자의 비용을 최대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며 "(의료기관과 환자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진짜 진료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후보는 우리나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고가의 치료제 등을 건강보험에 포함해야 중증질환자나 가족들이 겪는 경제적, 사회적 고통이 경감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측 "건강보험 확대,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 실시"

김정숙 씨는 "이 자리에 원래 문재인 후보가 오기로 했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내가 대신 왔다"며 "여기에서 보고 들은 것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약값이 비싸서 치료를 못 받으면 안 된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문재인 후보는 7일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비보험 진료비를 없애야 한다"며 "건강보험 전면 혜택을 제공하고 1년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그는 △보호자 없는 병원 구축을 통한 간병비 부담 완화 △지방 공공병원 설립 △호스피스 완화 의료 확대 △환자의 알권리 확대 확대 △응급질환 치료 강화 △도시지역 보건소와 농촌지역 노인건강센터를 통한 만성질환 체계적 관리 △1차 의료기관 강화 특별법 제정 등의 공약을 소개했다.

김 씨는 "나도 샤우팅할 것이 있다"며 병원에서 겪은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친정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여서 할 수 있는 진료를 모두 다 받았지만 상태는 나빠졌다"며 "치매예방약으로 알고 수년간 썼던 약이 알고 보니 비타민제였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그는 시누이가 급성 편도선 수술을 받은 후 고열 증세를 보여 원인을 찾지 못하던 중, 수술 부위인 목 안에 거즈가 있음을 발견해 제거한 경우도 털어놨다.

▲ 김정숙 씨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기 전에 의료현장에서 경험한 자신의 일화를 소재로 직접 샤우팅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환자가 원하는 대통령 1위 "비보험 진료비 없애는 대통령"

행사 사회를 맡은 최현정 MBC 아나운서는 이날 '환자 1000명에게 물었다. 환자가 원하는 대통령은?'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병원비 폭탄 비보험 진료비를 없애는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25.83%(775명)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고액 간병비와 간병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통령'이 15.0%(450명)로 뒤를 이었으며, '병원 안전사고 방패막인 환자안전법을 제정하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답이 11.97%(359명)로 3위를 차지했다.

그밖에도 △지방 중증환자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제공 △암 생존자가 투병이전으로 복귀하도록 지원 △환자의 알권리를 확대해 병원·의사 선택권 보장 △말기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확대 △ 응급질환과 중증외상으로부터 보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체계적 관리 등이 과제로 꼽혔다.

박근혜 "환자의 치료와 재기 지원토록 노력할 것"

한편 이날 행사에 불참한 박근혜 후보는 축전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박 후보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은 환자 본인의 삶은 물론 그 가족의 삶을 좌절로 몰고 간다. 그 짐을 나눠지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일 텐데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 사회 시스템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고쳐야 할 곳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가 미비해 환자들이 혜택을 못 받고 법이 미흡해 피해를 입고도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꼭 필요한 곳에 국가재정이 지원되지 못한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환자의 치료와 재기를 든든하게 지원하고 가족의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공약 건의사항을 꼼꼼하게 챙기고 현실적인 방안을 세워서 억울한 일 없는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갈 토대를 쌓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