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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칼럼)

건강 100세 시대, 만성질환 ‘관리’는 필수

건강 100세 시대, 만성질환 ‘관리’는 필수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현대 의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모두에게 ‘건강 100세 시대’를 선물했다. 건강검진 확대로 조기 암 발견이 가능해져 완치률도 높아졌고, 말기 암환자도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의 등장으로 장기 생존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에 걸려도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되어 ‘관리’만 잘 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만성질환의 경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라고 해봐야 한 의원을 정해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검사를 받고 약을 꼬박꼬박 먹는 것이 전부인데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만성질환은 증상이 당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진행이 느려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도 많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더라도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이 의원 저 의원 옮겨 다니는 환자도 많다. 당연히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합병증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환자수가 고혈압은 108명, 당뇨는 43.1명에 이르고 합병증 발생률도 고혈압은 3배, 당뇨는 2.3배로 타 질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보건의료정책 중에 하나가 ‘만성질환 관리’이다.

 

그래서 정부는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올해 4월 1일부터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청방법은 간단하다.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로 투병중인 환자가 의원을 방문해 지속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만 하면 된다. 별도로 신청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다음 진료부터 해당 질병의 진찰료(1회 방문당 920원)을 경감 받는다. 다만, 만 65세 이상이면서 진료비 총액이 15,000원 이하인 경우에는 이미 경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추가 진찰료 경감은 되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라 질환관련 정보제공, 상담 및 교육, 자가측정기 대여, 합병증 검사주기 알림서비스 등 건강지원서비스 혜택도 주어진다.

 

또한 고혈압, 당뇨 환자를 지속적으로 적정하게 관리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질환관리 노력을 평가해 사후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즉, ‘만성질환관리제’는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는 고혈압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의원에게도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환자에게는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받도록 하고, 동네의원에게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은 ‘동네의원 의사’가 할 수밖에 없다. 환자도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해 진료검사 받고, 조제된 약을 정해진 시간에 용량에 맞춰 꼬박꼬박 복용해야 하고, 음식도 가려서 먹어야 하며,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하는 것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의 생활 패턴상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만성질환 ‘관리’의 실천이 힘들다면 반대로 ‘동네의원 의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외래 진료나 검사 시기가 되었는데도 환자가 의원을 방문하지 않으면 직접 전화해서 의원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진료시간에 환자가 듣기 싫어해도 약 꼬박꼬박 드시라고 한 번 더 얘기하고 가끔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사망하신 환자분들 예를 들면서 겁도 주고 해야 한다. 약을 잘 먹지 않는 불량 환자가 있다면 진료시 뿐 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종종 전화해서 약을 잘 복용하는지 확인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음식운동에 대해서도 의사의 적극적인 권유와 정보 제공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원하는 우리 동네 좋은 의원’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건강 100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만성질환에 걸렸다면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중심에 ‘동네의원 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의사와 환자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