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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사)

"병원 99%, 오더리 쓴다는데…" 대책 실효성 의문

"병원 99%, 오더리 쓴다는데…" 대책 실효성 의문

적발된 병원장 하루에 수술15건ㆍ외래135건 한 셈… 청구서엔 병원명만 쓰면 돼
복지부, 심평원에 모니터링 지시했지만 불법행위 적발 어려워
"내부 고발 포상제와 CCTV 의무화 필요" 환자단체 주장

 

한국일보 2013.03.02 이왕구기자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간호조무사와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의 불법수술을 지시해 최근 경찰에 적발된 김해 J종합병원. 병원장 김모(49)씨는 이 기간 중 하루 15건의 수술과 135건의 외래진료를 한 초인적인 의료행위 기록을 남겼다. 경찰이 입수한 병원 내부자료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한 의사가 하루 15건의 수술을 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경찰 조사로 비의료인의 불법수술 행위를 밝혀내기 전까지 보건당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병ㆍ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하는 의료비 청구서에 진료나 수술을 한 의사의 이름 대신 병원 이름만 기록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라 어떤 의사가 어떤 진료, 어떤 수술을 했는지 당국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의사 지시에 따른 간호조무사, 의료기 판매업체 직원 등 비의료인들의 불법수술 파문이 일자 보건당국이 최근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일 "최근 건강보험청구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심평원에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했으며, 병원협회, 의사협회, 간호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불법의료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도록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병상 수에 비해 수술 횟수가 과다하게 많은 병원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수술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병원이 모니터링 강화 대상이다.

앞으로 심평원이 이런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감시,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심평원은 지금까지 수술빈도가 많은 병원, 척추수술ㆍ인공관절 수술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수술을 하는 병원을 '선별집중 심사'해 왔지만 과다, 과잉수술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심사였다. 선별심사라 해도, 각 병원이 제출한 수술비 청구서, MRI사진 등을 점검하는 식인데 이 방식으로는 누가 수술을 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수술비 청구서에는 병원 명칭만 쓰면 되고 누가 수술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불법 의료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수년째 환자단체 등은 수술비용 청구서에 집도한 의사 이름을 남기는 '청구 실명제' 도입을 주장해 왔지만 백년하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많은 의료행위의 주체를 일일이 적도록 하면 병원의 행정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오는 7월 외래ㆍ입원의 진료비 청구에 대해 우선 시행해 본 뒤 수술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 내에서는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직원 등 비의료인이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의료인의 수술의혹을 폭로했던 노환규 의협회장의 페이스북에는 최근"대한민국 2, 3차 병원에서 '오더리(의사가 아니면서 의사 노릇하는 사람)'안 쓰는 곳 있나요? 99% 이상 있습니다. 정부도 이미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지금 로컬(지역 병원)에 가면 드문 일도 아니죠'라는 등 의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댓글이 달렸다. '오더리(orderee)'는 의사의'지시'(order)를 받아 의료행위를 하는 비의료인을 통칭하는 의료계 내의 은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비의료인의 수술행위는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적발하기 어려운 만큼 거액의 포상 제도를 두거나 수술실CCTV를 의무화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